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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정치열기 놀랐어요"|외국 서울특파원이 본 대통령 선거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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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6년만의 대통령선거는 세계 각국에서도 큰 관심거리가 돼 많은 외국기자들이 대통령 후보들을 따라 전국 유세장을 누비며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외국 특파원들은 하나같이 「생전처음으로 대한다」는 유세장 인파규모와 한국인들의 높은 정치 열기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외국 특파원들은 또 유세장의 감정 대립과 폭력·비방에도 큰관심을 보였다.
부산·광주·대구·전주등의 유세장을 취재했다는 일본의 「쓰지·다미토시」(지민준) TV아사히 특파원은 『반대하는 후보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민주주의의 한부분인데 감정대립이 간혹 너무 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을 상대로하는 유세도 별로없이 밀실 타협으로 수상을 뽑는 일본보다 한국의 선거방식이 더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는 면도 있으나 폭력이 난무하는 한국의 유세장을 보면 민주주의 관행이 덜 성숙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세장 부녀들 많아>
38개 해외지국을 가진 자유중국 최대통신사 CNA(중앙통신사)의 장경조특파원은 『남북분단의 설움을 안고 사는 한국인이 지역감정으로 분란을 겪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 NHK의 「이노우에·다카토시」(정상효리) 특파원은 지역감정 개입이나 폭력·비방사례가 선거일정등에 별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계 80개국에 TV뉴스와 필름을 제공하는 영국 VIS뉴스의「데이비드·맥도널드」특파원은 폭력의 위험이 따르는 유세장에 부녀자가 많은게 아주 특이하다며 『내 경우라면 아내와 아이를 그런 곳에 내보내지 않을것 같다』고 했다.
후보들의 최근 유세가 정책대결보다 서로 상대 후보 비방에 치우치고 있는 현상에 대해 「D·맥도널드」씨는 『비방도 정치의 일부분』이라고 지적한 후 『야당 정치인들이 마음놓고 정부와 여당을 비방할수 있게된 것이 과연 언제부터였느냐』고 반문하면서 이번 기회는 아주 중요하고 의미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영국의 경우도 비교적 일자리가 풍부한 남부지방의 정치인이 실업률이 높은 북부 영국에 가서 유세하면 곤욕을 치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후보의 경호에 문제가 있는것 같고 유세장 관리가 조직적이지 못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민주화 바람 큰 기대>
1인 장기집권의 자유중국에서 제대로의 선거를 치른 경험이 없다고 토로한 장특파원은 『선거는 자주 있을수록 좋은 것 같다』면서 최근들어 한국과 자유중국의 민주화바람이 두나라에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앞으로의 한국정치 발전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이들은 대중 유세의 장점도 있지만 TV유세가 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는데, 한국에서의 TV유세는 현실로 볼때 공정보도란 관점에서 문제가 없지 않은것 같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프랑스 AFP의「로런스·맥도널드」기자는 현장취재를 다녀온뒤 한국 TV뉴스를 보면 왜곡보도의 정도가 엄청나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TV방송을 보면 후보의 표정, 방송시간 할애량, 카메라 각도등의 측면이나 야당후보발언을 육성으로 내보내지 않고 기자가 대신 요약, 보도하는등의 방식으로 왜곡되는 경우도 있더라고 말했다.
그는 공정보도에 대한 불신탓인지 유세장의 한국 유권자들이 외국 특파원들의 취재와 의견에 큰관심을 보이며 때로 확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후보들의 자질에 대해 구체적으로 평가한 「D·맥도널드」기자는 한국은 지금 이 시점에서 해야할 일이 막중하기 때문에 후보들의 공약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언론이 이를 잘 이끌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장특파원은 공약은 믿을수 없는 것이 많아 후보의 성실성·정직성등 인품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후보 인품 큰 비중>
『절대적인 민주주의는 없고 나라마다 다른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D·맥도널드」기자는 『오랜 전통과 인습탓인지 한국언론들은 후보의 도덕적인 문제를 잘 파헤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득표를 위한 금품수수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음을 『익히 들어 안다』고 말했는데, 한 동양기자는 『모정당으로부터 한국인으로 착각했음인지 비싸지도, 그렇다고 싸지도 않은 물건을 받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일도 금권 선거 말썽>
「D·맥도널드」기자는 『어느 나라 선거에나 금품수수는 있는 것 같지만 나의 출생지인 미국에서는 후보가 개인상대로 돈을 쓰기보다 선거전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교량을 세워준다든지 하는 방법을 주로 쓰고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금품수수가 성행하고있다는 소문만 보도하고 그 내용을 파헤치지 않는 한국언론들을 이해할수 없다며 누가 그 증거를 제시할 것인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쓰지」기자는 7년전쯤 몇억엔을 푼 금권선거가 말썽이 되어 일본지바현의 한 국회의원 후보가 도중하차한 적이 있다며 금권선거는 위법이라 때로 체포되기도 하며 그보다 언론이 가만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이집트등에 주재, 그곳 선거를 취재한 경험이 있다는 「D·맥도널드」기자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들 나라의 경우 아예 언론사들이 특정후보를 선정,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한국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했다.
「쓰지」기자는 일본의 경우 국회의원등의 선거때 언론이 특정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믿을만한 여론조사기관을 이용, 후보들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를 수시로 국민들에게 알린다고 전했다.

<당선 예상 30% 득표>
장기자는 이번 선거에 대해 특히 자유중국 언론들이 많은 신경을 써 한국 대통령선거가 공고된11월l6일 대부분의 자유중국신문들이 이를 1면 기사로 크게 취급했다고 말했다.
「쓰지」기자는 이번 선거 당선자는 득표율이 30%정도일 것이라고 추산하면서 당선이 돼도 나머지 세 후보 및 그 지지자들과 잘 타협하는 것이 꼭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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