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모토 그는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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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하치야」씨가 밝힌「미야모토」란 인물은 누굴까. 그의 주변은 온통 수수께끼에 싸여있다.
「미야모토」는「하치야」씨로부터 여권을 빌때『당신을 우리회사의 중역으로 하겠다』고 말하면서 여권 뒷면에 회사의 주소(동경강호천서갈서8정목)를 기재했다.
이 주소지의 주택은 철근3층건물로 이웃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50세쯤의「미야모토」라는 사람이 아내로 보이는 여자와 중·고등학생쯤 되는 3명의 딸과 함께 살았으나 1년전 자취를 감추었다.
현재 살고있는 사람은 지물업을 하는데 그가 금년 5월 이 집으로 이사올 때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으며 2층에는 상품전시장으로 쓰인듯 유리로 만든 쇼 케이스와 텔렉스 시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주택은 10여년전부터「미야모토」의 이름으로 사용되었으며 작년 여름 부동산업자를 통해 집이 팔린 것으로 밝혀졌다.
「미야모토」와 아내로 보이는 여자는 오사카(대판)지역의 사투리를 사용하며 이곳에서 중고전자제품과 모피를 취급했으나 이웃과 대화를 나눈 적은 거의 없다고 한다.
때로는 고리대금업자들이나 흥신소직원들이 조사차 주택을 방문한 적이 있었고, 1층 셔터는 거의 잠겨있었으며, 이 주택의 토지가 몇차례 전매를 거듭하면서 폭력단원 같은 사람들이 몰려오기도해 경찰의 조사대상이 되기도 한적이 있다는 정도가 동네사람들이 알고 있는 전부였다. 따라서「미야모토」일가의 일상생활은 이웃에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어떤 동네사람은「미야모토」가 페기 직전의 낡은 세탁기등을 모아 한국에 가져간다는 소문을 들었으며 다른 한 사람은『「미야모토」의 부인이 2년전 아이들을 데리고 북한으로 갔으며「미야모토」는 그후 애인과 함께 살았다. 그런데 1년전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다』고 말했다.
그의 딸들도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일본경찰에 따르면「미야모토」는 북한스파이사건인「니시아라이(서신정)사건」과 관련, 다른 1명의 스파이에게 직업과 주거를 알선하는등 국내공작활동을 하다가 사건적발 직전에 잠적, 당국에 의해 북한공작기관의 거물멤버로 단정돼 수배중인 인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니시아라이사건」은 지난해 3월 북한에서 밀입국, 일본인 행세를 하며 일본내에 스파이망을 조직하다 적발된 사건으로 보조스파이로 활동하던 재일동포 1명이 외국인등록법위반혐의로 체포됐었다.
일본경찰은 그후「미야모토」가「하치야」씨의 집을 출입하고 있다는 정보도 입수했으며 그의 자택을 수색, 난수표와 암호용 약품등을 발견해 압수하기도 했다.
「미야모토」는 외국인 등록증의 주소가 동경 시나가와(품천)구로 되어있으나 다른사람에게는 에도가와(강호천)구등 여러지역 이름을 댔으며 이름도「미야모토」이외에 고명윤 또는 이철우라는 한국 이름을 사용했다.
한편 일본경찰에 따르면「미야모토」는 지난79년부터 82년까지 그의 이름으로 동아일보를 정기구독했으며 이 기간중 한때는 같은 주소지에 한국인이름으로 신문을 우송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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