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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탓…괭이갈매기 번식시기 14년 사이 열흘 빨라져

중앙일보

입력

경남 통영의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위치한 홍도에서 번식 중인 괭이갈매기[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경남 통영의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위치한 홍도에서 번식 중인 괭이갈매기[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구온난화로 기온과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괭이갈매기 봄철 번식 시기도 점점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 2003년부터 홍도에서 조사 #2003년엔 4월 11일, 올해는 4월 1일부터 번식 #기온과 해수온도 상승, 해양생태계에 영향 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경남 통영시에 위치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홍도에서 2003년부터 괭이갈매기 번식 시기를 관찰한 결과, 올해는 지난 4월 1일 번식을 시작했다고 11일 밝혔다.
2003년에는 괭이갈매기가 4월 11일에 번식을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14년 사이에 10일이나 빨라진 것이다.

홍도에서 번식 중인 괭이갈매기 어미새와 새끼(어미 아래쪽)[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홍도에서 번식 중인 괭이갈매기 어미새와 새끼(어미 아래쪽)[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처럼 번식 시기가 빨라진 것은 지구온난화로 기온과 바닷물 온도가 상승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홍도와 가까운 경남 거제도 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1990년대에는 14.18도였으나 2010~2016년에는 14.7도로 0.52도 상승했다.
또 홍도 인근의 해수 표면 온도는 1990년대 18.14도에서 2010년 이후 18.75도로 0.61도 상승했다.

홍도에서 괭이갈매기의 개체의 크기와 몸무게 등을 측정하는 모습.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홍도에서 괭이갈매기의 개체의 크기와 몸무게 등을 측정하는 모습.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연구원 관계자는 “번식지 인근 해수 표면의 연평균 수온이 오르면서 괭이갈매기 먹이인 어류 집단의 크기나 이동이 영향을 받았고, 이로 인해 괭이갈매기 번식 시기도 점차 빨라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 플랑크톤의 분포나 양이 변화하고, 이를 이용하는 어류 집단도 변화하는 등 해양생태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또 물고기를 주된 먹이로 하는 최상위 포식자인 괭이갈매기의 경우도 먹이가 가장 풍부한 시기를 택해 번식을 시작하기 때문에 온난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편 국립공원연구원은 괭이갈매기 번식 과정을 관측하기 위해 2011년부터 홍도에 타임랩스 카메라 3대를 설치했다. 번식기 동안 시간당 1장씩 사진을 자동 촬영함으로써 사람이 직접 섬에 들어가지 않고도 번식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서해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리의 난도에도 지난해 타임랩스카메라를 설치해 괭이갈매기 번식을 조사하고 있다. 난도에서는 지난해 4월 16일에, 올해는 4월 12일에 괭이갈매기가 번식을 시작했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에 위치한 난도 괭이갈매기 번식지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충남 태안군 근흥면에 위치한 난도 괭이갈매기 번식지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괭이갈매기=국내 해안이나 도서지역에 넓게 분포하는 갈매깃과 텃새. 울음소리가 고양이를 닮았다고 해서 괭이(고양이)갈매기라고 불린다. 몬은 희고 등은 짙은 회색이며, 노란색 부리와 다리를 갖고 있다. 몸길이는 46㎝, 몸무게는 450~600g 정도다. 번식기인 4~8월에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서 1~3개의 알을 낳고, 한 달가량 품으면 새끼가 부화가 된다. 번식 후에는 다시 해안이나 하구, 바다 등지로 이동해 생활한다. 멸치 등 어류가 주식이며, 새우나 오징어도 먹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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