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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검찰의 ‘돈봉투 만찬’, 면직과 경고로 그칠 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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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법무부와 대검찰청 합동감찰반이 어제 '돈봉투 만찬'을 주도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면직' 처리를 권고했다. 징계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되면 두 사람은 2년간 변호사 활동도 금지된다. 감찰반은 또 상급기관인 법무부 간부들에게 금품과 식사를 제공한 이 전 지검장에게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을 적용해 수사의뢰했다. 돈봉투를 받은 검사 8명에게는 경고 조치가 내려진다. 지난달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감찰을 지시한 지 22일 만에 나온 결과다.

국민의 공분을 산 '돈봉투 만찬'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기소된 지 나흘 만인 4월 21일 발생했다. 검찰 내 '빅2'로 불렸던 당시 이 지검장과 안 검찰국장은 양측 간부 8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70만~100만원을 수사비·격려금 명목으로 건넸다. 모임의 성격·시기·방법 모두 부적절했다. 이 지검장은 국정 농단 수사를 지휘한 특별수사본부장이었고, 안 국장은 우 전 수석과 수백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내사 대상에 올랐던 인물이다. 이런 사실이 지난달 중순 알려지자 검찰 측은 "오랜 관행이었다"며 발뺌을 했다. 그러다가 문 대통령이 불호령을 내리자 마지못해 조사한 것이다.

이번 사건이 검찰 수사까지 이어지게 됐지만 그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다. 국민은 특수활동비의 투명한 운영과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영수증 없는 눈먼 돈으로 인식돼 온 특수활동비의 부적절한 집행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 법무부의 올해 특수활동비는 288억원, 국가정보원은 4947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국민 세금을 쌈짓돈처럼 쓰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구태를 즐긴단 말인가. 범정부 차원의 투명한 회계관리 시스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문 대통령도 강조했지만 검찰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번에 그 당위성을 다시 확인했다. 검찰은 뼈아프게 자성하고 썩은 살을 도려내는 셀프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