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트럼프의 자화자찬 “카타르 압박은 내 덕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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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사우디아라비아의 괘씸죄에 걸려 이웃 중동 국가들에게 호되게 당하고 있는 카타르의 상황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자화자찬에 나섰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살만 국왕(오른쪽)을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살만 국왕(오른쪽)을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BBC 등 외신은 “트럼프가 최근 중동 국가들의 카타르 압박을 두고 자기 덕이라 주장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7개국 카타르 단교 선언에 #트럼프 "테러 지원 막겠다고 말한 내 덕분" 자화자찬

앞서 5일 사우디아라비아ㆍ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아랍권 7개국은 카타르가 이슬람국가(IS) 같은 급진 테러조직을 지원한단 이유로 단교를 선언했다. 육로는 물론 바다와 하늘길도 닫았다. 6일에는 서아프리카의 모리타니도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하고, 요르단이 카타르 주재 외교사절의 지위를 격하했다.

카타르는 그간 수니파 국가임에도 시아파 이란과 친교를 유지하고 중동의 ‘주적’인 이스라엘과도 협력해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 국가들의 미움을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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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스스로 칭찬하고 나선 것은, 지난달 그가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당시 한 발언 때문이다.

그는 6일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중동 지역을 방문했을 때 나는 ‘급진 이데올로기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고, 중동 지도자들은 카타르를 주시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50여 개국의 지도자를 만난 중동 방문이 이미 성과를 내고 있어 기쁘다”며 “중동의 리더들은 극단주의에 대한 자금 지원 문제에 강경 노선을 취하게 될 것이다. 모두가 카타르를 지목하고 있고, 이는 테러의 공포에 마침표를 찍는 일의 시작이 될 것이다. 두고 봐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재빨리 자화자찬의 트윗을 올린 것은, 현재 미국 내 자신의 입지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청문회가 시작되면 그의 입에서 어떤 폭탄 발언이 나올지 모른다. 그의 증언에 따라 트럼프는 중대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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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럼프의 이런 발언은 미국과 카타르의 관계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BBC는 “카타르 수도 도하에는 중동에서 가장 큰 미군 공군 기지가 들어서 있으며, 미군 1만 명이 주둔해 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는 현재 중동 국가들의 주장이 거짓이라며 '테러 지원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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