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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_this week]캐나다 총리의 '양말 스웨그'

중앙일보

입력

나토 정상회담에서 나토 로고가 박힌 짝짝이 양말을 신은 트뤼도 총리. [사진 인스타 trudeau_memes 캡처]

나토 정상회담에서 나토 로고가 박힌 짝짝이 양말을 신은 트뤼도 총리. [사진 인스타 trudeau_memes 캡처]

트뤼도 총리의 양말을 관심있게 쳐다보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인스타 trudeau_memes 캡처]

트뤼도 총리의 양말을 관심있게 쳐다보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 인스타 trudeau_memes 캡처]

연예인 패션보다 정치인 패션이 더 관심을 받는 시대다. 여기엔 젊고 매력적인 젊은 리더의 등장도 한몫하는데, 쥐스탱 트뤼도(46) 캐나다 총리는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다. 그는 5월 26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패션으로도 단연 뉴스의 인물이 됐다. 29개국 정상이 모여 세계 평화와 안보를 논하는 그 엄숙한 자리에 핑크색과 하늘색 스포츠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등장했다. 나토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디자인이었다. 현장의 분위기를 보여준 사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급속히 퍼져나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의 양말을 유심하게 쳐다보고, 트뤼도 총리가 자랑이라도 하듯 바짓단을 들어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둘 사이에 이런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을까. "아니 이런 건 어디서 구해요?" "총리님, 인터넷에 다 팔아요!"

취임 직후 첫 장관회의에선 단품잎 무늬 양말을 신었다. [사진 트뤼도 트위터]

취임 직후 첫 장관회의에선 단품잎 무늬 양말을 신었다. [사진 트뤼도 트위터]

트뤼도 총리의 양말 패션은 사실 전부터 종종 회자됐다. 2015년 11월 취임 직후 첫 장관회의에서 검정색 정장에 캐나다를 상징하는 빨간 단풍잎 무늬 양말을 신은 건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 3월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연설할 땐 알록달록한 해골 무늬 양말을 신어 온 카메라 플래시가 발을 향해 터졌다. 뭐니뭐니해도 5월 4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최고의 백미였다. 영화 '스타워즈'의 팬인 그는 '세계 스타워즈의 날'을 기념해 스타워즈 캐릭터 양말을 신고 나타나기도 했다.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직접 양말을 클로우즈업 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는 "당신이 찾던 양말"이라며 'MayTheFourthBeWithYou(포스가 그대와 함께 하기를)'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영화 속 유명한 대사에서 force를 fourth로 바꾼 것으로, 5월(May) 4일(Fourth)이 스타워즈 기념일이 된 걸 의미하는 문장이었다. 이 포스팅은 무려 3만1000여개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세계 스타워즈의 날'을 기념해 신은 캐릭터 양말. [중앙포토]

'세계 스타워즈의 날'을 기념해 신은 캐릭터 양말. [중앙포토]

언젠가부터 정치인이나 리더들의 옷차림에 '패션 정치'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정치인의 의상 선택은 대중을 향한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가령 미국 전 국무장관 올브라이트의 브로치는 협상이나 회담에서 무언의 의사 표시였다. 힐러리 클린턴의 레드 정장 역시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상징적 의상이었다. 이 뿐이랴. 미셸 오바마가 팔뚝이 드러나는 민소매 드레스를 입자 '적극적인 퍼스트 레이디'라는 이미지가 생겨났고, 영국 왕세손빈 케이트 미들턴의 공식 옷차림은 늘상 '시어머니(고 다이애니 왕세자비)에 대한 소환'으로 풀이됐다. 어찌보면 패션 정치라는 건 '나는 보여주니, 심오한 해석은 알아서'라는 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3월 미국 상공회의소 행사에서 신은 해골무늬 양말. [중앙포토]

지난 3월 미국 상공회의소 행사에서 신은 해골무늬 양말. [중앙포토]

그에 비해 트뤼도 총리의 선택은 좀 다르다. 애초부터 대단한 의미 부여와는 거리를 두고, 그걸 명확히 밝힌다. 대신 양말 한 짝 다르게 신는 식의 파격을 감행함으로써 요즘 어디서나 중요하다고 외치는 '재미'와 '소통'을 실현한다. 324만 팔로어를 자랑하는 그의 트위터를 보라. 포스팅 된 사진에 양말이 살짝만 보여도 댓글이 줄줄 달린다. "다른 나라 리더들도 좀 배워야 한다"라거나 "세상에, 나와 같은 스타워즈 덕후였다"는 등의 팬심형 발언이 쏟아진다.

트뤼도 총리는 양말 하나로 패션 강국 프랑스의 젊은 리더 마크롱 대통령과의 패션 경쟁에서 앞섰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사진 트뤼도 트위터]

트뤼도 총리는 양말 하나로 패션 강국 프랑스의 젊은 리더 마크롱 대통령과의 패션 경쟁에서 앞섰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사진 트뤼도 트위터]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선명한 빨간색 줄무늬 양말을 신고 나타나자 "프랑스가 패션 전쟁에서 캐나다에 밀리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른바 '삭 스웨그(sock swag, 양말로 멋부림)'라 불리는 그의 패션에 화답하듯 온라인에서는 트뤼도 총리의 얼굴이 찍힌 양말이 8달러(약 9000원)에 팔린다.

트뤼도 총리의 얼굴이 찍힌 양말. [사진 리빙로얄닷컴 홈페이지]

트뤼도 총리의 얼굴이 찍힌 양말. [사진 리빙로얄닷컴 홈페이지]

대중적 호감만이 아닌 것이 뉴욕타임스도 최근 "독특한 양말 덕분에 트뤼도 총리는 유머러스하고 여유로운 새 세대 리더의 이미지를 굳혔다"면서 "양말이 인간적인 매력을 드러내고 대중과 소통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쯤이면 그의 인기가 부러운 국내 정치인들 역시 응당 따라해 볼 만하지 않을까. 아니 정치인이 아니라도 좋다. 멋과 위트를, 그것도 저렴하게 탑재하고픈 모든 남자들이 도전해 볼 일이기도 하다. 그간 패션계가 수없이 설파해 온 '삭스 어필'이 무엇인지를 그가 이미 증명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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