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성희기자의뒤적뒤적] 훌륭한 부자가 되는 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재미있는 경제 이야기
이필상 지음
상상공방

설도 보름 정도 지났으니 좀 지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지난 설에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얼마나 주셨는지요? 아이들이 그 돈을 어떻게 처분하는지 눈여겨보셨는지요? 그간 모은 돈과 합쳐 게임기 등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산 경우도 있을 테고, 바로 저금통에 넣은 친구도 있겠죠. 이와 관련해 평소 만지기 힘든 목돈(?)을 다루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지요? 아니면 생각보다 적은 세뱃돈을 들고 투정하는 아이 앞에서 난감한 적은 없는지요?

이 책은 세뱃돈도 좋지만 바른 경제생활을 알려주는 것이 낫겠다 싶은 부모들에게 권할 만한 책입니다. 또는 아이에게서 "엄마는 알뜰살뜰 살림하느라 애쓰시고 아빠는 매일 열심히 일을 하는데, 우리집은 왜 빨리 부자가 되지 않는 건가요?" 같은 질문을 받은 엄마들을 위한 책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환상적인 동화 형식을 빌렸습니다. 아홉 살 난 아망이는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형 소망이의 돼지저금통을 뜯어 돈을 꺼냅니다. 군것질을 하기 위해서죠. 결국 엄마에게 들켜 꾸중을 듣고는 집에서 쫓겨납니다. 그래서 부자로 살고 있을 '친부모'를 찾아나섰다가 '부모님한테 야단을 맞은 어린이들만 들어갈 수 있는 가게'에서 존조리 아저씨를 만납니다. 그리고 아저씨와 내기를 합니다. 부자가 되는 올바른 길을 찾을 때마다 가게 안의 장난감, 과자 중 한 가지를 마음대로 가지기로 한 거죠. 그렇게 해서 아망이는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게 할 수도 있고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는 존조리 아저씨와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살림에 보태려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고, 반짝세일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몸싸움도 마다 않는 엄마 뒤를 좇으면서 '가계경제'를 배웁니다. 종일 정신없이 일하면서 사장님에게 혼찌검도 나는 아빠 모습에선 '기업경제'이야기가 나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할머니와 둘이 사는 친구 민수를 지켜보며 세금 등 '나라경제'설명을 듣습니다.

이렇게 대강 알면서도 제대로 정리해 설명하기 힘든 경제의 개념을, 초등학교 고학년의 눈높이에 맞춰 동화처럼 쉽게 풀어갑니다. 지은이는 강단 밖에서도 우리 경제의 갈 길에 대해 활발하게 발언해온 학자로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분입니다. 그는 "어린이는 부자되는 방법만 알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훌륭한 부자가 될 길을 안내하려 책을 썼다고 합니다. 아, 그러니 이 책을 읽는다고 부자가 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대신 바른 경제생활, 규모 있는 씀씀이를 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 아망과 존조리가 무슨 뜻인지, 이야기는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는 아이들에게 물어볼 일입니다.

김성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