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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의 후예' vs. '지단의 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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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 [사진 스페인 아스 홈페이지]

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 [사진 스페인 아스 홈페이지]

"인생의 특별한 결승전이 될 것 같다."

4일 새벽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레알 마드리드-유벤투스 단판승부 #레알과 유벤투스서 5년씩 뛴 지단 #'지단 더비' 앞두고 "내겐 특별한 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놓고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유벤투스(이탈리아)가 대결한다. 이 대결을 특별하게 맞는 한 남자가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장, 지네딘 지단(45·프랑스) 감독이다. 현역 시절 유벤투스와 레알에서 5년씩 뛰면서 유럽을 넘어 세계 최고 선수로 떠올랐던 그의 감회는 남다르다. 그래도 승부는 승부. 감독으로서 두 번째 유럽 정상을 노린다.

레알과 유벤투스의 결승전은 4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화력을 앞세운 레알은 날카로운 '창'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노린다. 이에 맞서는 유벤투스는 골키퍼와 수비진의 평균 연령이 34.4세인 노련하고 탄탄한 '방패'로 맞선다. 유벤투스에게는 1995~96시즌 이후 21년 만의 우승 도전이다. 두 팀간의 역대전적은 8승2무8패로 팽팽하다.

유벤투스 시절의 지네딘 지단. [사진 플리커]

유벤투스 시절의 지네딘 지단. [사진 플리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번 대결이 지단 감독의 '친정팀간 대결'이라는 점이다. 지단 감독은 1996~2001년 유벤투스에서, 2001~06년 레알에서 각각 선수로 활약했다. 양쪽에서 5년씩, 모두 합쳐 10년간 뛰는 동안 지단 감독은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손꼽혔다. 유벤투스 시절, 1996~97시즌과 97~98시즌 2년 연속으로 팀을 이탈리아 세리에A 정상을 이끌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이어 2001년 레알의 '갈락티코 정책'에 따라 7750만 유로(약 960억원)라는 거액의 이적료 기록을 세우면서 팀을 옮겨 다시 한번 최전성기를 누렸다.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두 팀이 유럽 최고 클럽 자리를 놓고 대결하는 셈이다. 유럽에선 이번 경기를 '지단 더비'로도 부른다.

지단 감독이 유벤투스와 레알에서 경험한 성과는 조금 다르다. 지단 감독은 유벤투스 시절이던 1998년, 레알에 0-1로 지는 바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트로피를 멀찌감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지단은 레알로 옮긴 첫 시즌이던 2001~02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바이엘 레버쿠젠(독일)을 2-1로 꺾는 환상적인 발리슛 결승골의 주인공이 되면서 유럽 챔피언 자리에도 처음 올랐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 2015~16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1월 레알을 맡았다. 그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꺾고 지도자로서는 처음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단 감독은 '유벤투스 명예의 거리'에 헌정된 50명 중 한 명이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할 수밖에 없다. 지단 감독은 지난달 30일 '풋볼 이탈리아' 인터뷰에서 "유벤투스에 대한 기억은 좋다. 유벤투스와의 대결은 특별한 일이다. 두 팀이 좋은 경기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원한다. 레알 마드리드 셔츠를 입고 성공하겠다"며 "나는 레알의 DNA를 갖고 있다. 이곳은 나의 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역사를 써야 한다는 부담은 없다. 단지 남은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담담하게 각오를 말했다. 우승팀은 상금과 승리수당 등 최대 5720만 유로(약 722억원)를 받는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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