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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생명 연장 치료, 돈 많이 들어가 … 21세기는 역사상 가장 불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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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이어 『호모 데우스』 펴낸 유발 하라리

질투심 때문일까. 학자들은 국제 지성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유발 하라리(41)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 교수 저작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반면에 세상을 움직이는 거물들(movers and shakers)과 대중은 그에게 열광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TV에 나와 하라리 교수의 『사피엔스』(2015)를 필독서로 ‘강추’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자 빌 게이츠는 『사피엔스』를 그가 무인도로 가지고 가서 읽을 10권의 책 중 하나로 선정했다. 하라리 교수의 신작 『호모 데우스』가 최근 우리말로 출간됐다. 가까운 미래 사람이 신(神)처럼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담긴 책이다. 7만 년 동안 지구를 지배해 온 인류가 처음으로 취약성에 노출됐다고 경고하는 책이기도 하다. e메일 인터뷰로 그를 만났다.

형이상학적 현상으로 인식한 죽음 #이젠 과학으로 극복할 기술적 문제 #인간은 세상을 지배해도 행복 안 해 #경제 불평등이 생물학적 불평등 초래 #부자만 젊고 아름답게 영원히 살면 #가난한 사람들 분노와 불안 퍼질 것

하라리 교수는 데이터를 숭배하는 ‘데이터주의(Dataism)’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부상해 휴머니즘과 종교에 도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앙포토]

하라리 교수는 데이터를 숭배하는 ‘데이터주의(Dataism)’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부상해 휴머니즘과 종교에 도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앙포토]

20세기는 ‘계급을 없애는 문제’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21세기는 ‘죽음을 없애는 문제’가 최대 화두인가. 21세기 또한 매우 폭력적인 세기가 될 것인가.
“역사적으로 죽음은 형이상학적인 현상으로 인식됐다. 신(神)이나 우주, 어머니 자연(Mother Nature)의 명령에 따라 우리가 죽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재림과 같은 위대한 형이상학적 제스처로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과학은 죽음을 기술적인 문제로 정의한다. 죽음은 매우 복잡한 문제이긴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모든 기술적인 문제에는 기술적인 솔루션이 있다고 믿는 게 과학이다.”
신(神)의 개입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인가.
“그렇다. 연구실의 괴짜 연구자 몇몇이면 된다. 죽음은 전통적으로 사제들과 신학자들의 전문 영역이었다. 이제 엔지니어들이 그들을 대체한다. 3년 전 구글은 죽음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표인 캘러코(Calico)라는 자회사를 창립했다.”
죽음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길 부작용은?
“생명 연장 치료나 바이오텍 업그레이드는 돈을 많이 내야 하는 서비스다. 수십억 명의 사람에게 공짜로 제공되지는 않을 것이다. 21세기 인간 사회는 인류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 역사상 처음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생물학적 불평등을 낳을 것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상류 계급이 인류의 나머지보다 더 부유할 뿐만 아니라 훨씬 더 오래 살고 훨씬 더 우수한 재능을 확보할 것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 같은 상황도 억울한데 사람들은 ‘무전백세, 유전영생’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지극히 위험한 상황이 예상된다. 전례 없는 전염병처럼 분노와 불안이 퍼질 것이다. 기적을 낳는 치료를 구매할 수 없는 대다수 사람은 분노로 어찌할 바를 모를 것이다. 과거에는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부자나 힘 있는 사람들 또한 그들과 마찬가지로 죽는다는 생각이 위로가 됐다. 부자는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원히 살고 자신은 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난한 사람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신이 있다면 당신의 『호모 데우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어떤 신을 상정하느냐에 따라 답이 다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신이란 위대하고 놀라운 수수께끼다. 그에 대해 우리는 절대적으로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우리는 이런 신비스러운 신을 동원해 우주의 불가사의를 설명한다. 이런 것들이다. 무엇이 빅뱅(Big Bang)의 원인인가. 무엇이 물리학의 기본 법칙을 형성했는가. 왜 우주에는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뭔가가 있는가. 우리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무지에 신이라는 커다란 이름을 붙인다. 신비스러운 신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은 우리가 그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
그렇다면 다른 신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다른 신은 엄격한 입법자(lawgiver)다. 우리는 그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안다. 우리는 그가 패션·음식·섹스·정치 같은 것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우리는 신이라는 하늘에 있는 화난 존재의 이름으로 오만 가지 규칙이나 법령, 분쟁을 정당화한다. 그는 여성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거나 두 명의 남성이 섹스를 하면 마음이 상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술을 금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이들은 그가 어떤 특별한 경우에 우리로 하여금 포도주를 마실 것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두 번째 신을 믿는 거의 모든 사람의 공통된 의견은 우리가 어떤 예식을 거행하거나 기도문을 욀 때 그가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끔 우리로 하여금 전쟁이나 소수자 박해, 살인을 명령한다.”
두 번째 의미의 신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나.
“그가 무엇을 바라는지, 또 그가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시시콜콜한 것까지 설명하기 위해 엄청난 분량의 책들이 저술됐다. 그는 십자군과 지하드, 종교재판, 여성 혐오자와 동성애 혐오자의 신이다. 신비스러운 수수께끼 같은 신은 『호모 데우스』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
22세기는 당신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작가? 예언자?
“22세기를 살아가는 ‘존재’들이 나를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사후 200년 후에도 기억된다.”

[S BOX] 인간은 신이 되더라도 불만 매우 많을 것

유발 하라리 교수의 저작에 대한 마니아층이 우리나라에도 급속도로 형성되고 있다. 한국 독자들에게 특별히 전할 말이 있는지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권력을 획득한다고 해서 우리가 더 행복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 사람은 강물과 숲과 동물을 통제하는 데 성공했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인간은 이제 우리의 몸과 뇌를 새롭게 설계함으로써 우리 내부의 세계를 통제하려고 한다. 우리는 노화를 정복하고 우리의 신체적·정신적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며 보다 즐거운 경험을 창조함으로써 우리가 드디어 행복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새로운 방식 또한 성공 가능성이 낮다. 우리는 수명을 연장하고 새로운 쾌락을 얻는 방법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쾌락에 대한 기본적인 인간의 반응은 만족이 아니라 더 큰 만족을 갈망하는 것이다. 무엇을 성취하건 만족이 아니라 갈망이 증가할 뿐이다. 이러한 본성 덕분에 세상을 지배하는 데 성공했지만 지배는 행복을 낳지 않았다. 우리가 기본적인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가 21세기에 신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신은 매우 불만이 많은 신일 것이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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