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박병대 대법관 "사법권 독립, 이기주의로 비치지 않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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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 대법관.

박병대 대법관.

6년간의 대법관 생활을 마치고 떠나는 박병대(60·사법연수원 12) 대법관이 최근 사법개혁과 관련한 법관들의 움직임에 대해 "사법권 독립과 법관 독립을 굳건히 하려는 논의가 자칫 자기중심적 이기주의로 비치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대법관은 1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이같이 밝힌 뒤 "법관 독립은 판사의 주관적 신념을 가려주는 방패가 아니다"며 "자신의 생각과 소신이 객관성과 중립성에서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남이 없는지, 국민의 이익에 부응하는 것인지를 거듭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법권 독립은 두말할 나위 없이 소중한 가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이라며 "그러나 사법권 독립은 마치 유리판과 같아서 자칫 깨지거나 흠집나기에 십상이며 지난 역사에서도 사법권 독립을 지켜내는 데 수많은 시련과 난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사법 분야에 대한 국민의 의지와 시대의 요구도 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이럴 때 사법부 구성원들은 신중하고 진중해야 한다. 깊이 생각해서 의견을 모으되, 진단은 정확하고 처방은 멀리 보고 하여야 한다"고 했다.

박 대법관은 또 재판 업무와 관련해 "법원의 본질적 임무는 재판이고, 가장 중요한 사명은 재판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라며 "다른 사람의 삶에 개입하는 것이 법관의 숙명이지만, 사실의 실체는 당사자만큼 잘 알기가 어렵다. 또한, 세상이 변하면 법리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일이 생긴다. 그러므로 법관은 겸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대법관은 경북 영주 출신으로 환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21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12기로 수료했다. 1985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용된 이래 법원행정처 송무국장, 기획조정실장 및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부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전지법원장, 법원행정처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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