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에 선 한민구…“보고서는 모르는 일이며, 오해에서 비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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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는 함구령이 떨어진 가운데 하루종일 뒤숭숭했다. 청와대가 이날 오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장비 반입 사실을 국방부가 고의로 누락해 보고했다고 발표하면서다. 청와대에 제출하는 보고서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최종적으로 결재한다. 청와대 발표로 한 장관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조사를 받으러 청와대로 떠나기 전 국방부 청사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개별적 사안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선 해명을 했다.

지난달 28일 정의용 안보실장과 오찬을 할 때 사드 체계 반입과 배치에 대한 오해가 있었나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 관점이 차이가 날 수 있고, 뉘앙스 차이라든지, 차이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고, 조사가 다 되면 그 때 제가 필요하면 한말씀 드릴수 있겠다.
청와대는 국방부가 고의로 보고를 누락했다고 발표했는데
조사과정에서 나온 이야기고. 중간에 (조사)결과를 말 한거니까 결과를 봐야한다.
청와대에 보고할 내용에 사드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 사실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했나
그건 제가 지시한 일이 없다. 지시할 일도 아니고…. 실무자들은 표현이 됐다고 봐서 숫자표기 안할 수 있다.
배치와 반입에서 오해가 있었나
이해하는 수준에서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청와대 보고서 초안에 있던 내용이 삭제됐다면 어느 선에서 빠진 건가
보고서는 실무선에서 만드는 것이다.

정의용 안보실장과 오찬대화에서는 의사전달이 제대로 안됐을 수 있고, 청와대에 보낼 보고서에 사드발사대 4기의 추가반입 사실을 자신은 삭제하라고 지시한 일이 없다는 뜻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쉬쉬하면서 억울해하는 분위기였다. 익명을 원한 국방부 관계자는 "군인에게 보고는 생명"이라며 “군에서 보고를 누락하거나 허위 보고를 하면 군 형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데 새 정부에 사드 장비 추가 반입을 숨겨서 국방부에 득이 될 게 뭐냐"고 반문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한 장관이 정 실장과의 오찬에서 ‘사드 체계는 미사일 발사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레이더가 핵심이다. 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다 레이더 때문’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안다”며 "외교관 출신인 정 실장이 전개ㆍ배치 등 군사 용어와 군사 작전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기 때문에 혼선이 빚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정 실장이 오찬에서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에 대해 명확히 질문하지 않았어도 한 장관이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할 게 아니라 내용을 명확하게 답변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발사대 2기 배치, 4기 전개’라는 표현 대신 ‘1개 포대(사드 1개 포대는 발사대 6기로 구성) 반입’이라고 국방부가 설명했을 수도 있다”는 의견에 대해선 “‘1개 포대’라는 표현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한 장관은 오는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6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회의) 참석을 위해 2일 출국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과 회담 일정이 잡혔다. 그러나 갑작스런 보고 누락 사태로 출국 여부가 유동적인 상태다.
이철재ㆍ위문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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