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vs 아시아나 차세대 항공기 비교] 외형·효율은 A350-900, 비행거리·기내습도는 B787-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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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의 차세대 항공기 B787-9를 대한항공이 국내 최초로 국제선에 투입한다. B787-9는 1일 아침 9시 35분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일정을 시작으로, 인천~토론토 노선에서 하늘길을 정기적으로 오간다. 대한항공은 무선국인가·보안검사가 끝나는 8월부터 인천~마드리드, 인천~베이징 노선에도 787-9 항공기를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이로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차세대 항공기가 본격 경쟁을 시작했다. 아시아나는 지난달 15일 인천~마닐라 노선에 유럽연합(EU)의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가 제작한 A350-900 항공기를 최초로 투입한 바 있다. 이달 15일엔 인천~오사카 노선에 A350-900을 투입하고, 하반기 인천~샌프란시스코, 인천~런던 노선에도 줄줄이 같은 기종이 오간다.
양대 국적 항공사가 선보인 항공기는 모두 ‘차세대 항공기’라는 타이틀이 붙은 최신 기종이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은 자사의 최신 기술을 대거 접목한 B787-9를 ‘드림라이너(dreamliner·꿈의 항공기)’라고 부른다. 에어버스도 “A350-900은 최첨단 기술력을 집약한 최신형 기종”이라고 말한다.
 이를 도입한 항공사도 자부심이 대단하다. 지난 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경쟁사의 A350-900에 대해 묻자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연료 효율성, 승객 편의성 측면에서 B787-9가 가장 뛰어난 비행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3월 제2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A350-900이 B787-9보다 최신 기종”이라며 “A350-900이 모든 면에서 낫다”고 주장했다.
항공기 기술력은 기체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대한항공이 도입한 B787-9는 무게를 기준으로 탄소 복합소재가 기체의 절반을 덮고 있다. 특히 기체 몸통과 날개에 탄소섬유를 사용한 고강도 복합소재인 '카본 래미네이트'를 사용했다. 이 소재는 철보다 10배 강하지만 무게는 철의 4분의 1 수준이다. 또 알루미늄 합금(20%)과 티타늄 합금(14%)을 사용해 기체의 84%가 신소재로 덮여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도입한 A350-900은 B787-9보다는 신소재 비율(70%)이 다소 덜하다. 탄소복합소재 53%, 알루미늄 합금 17%로 구성됐다. 알루미늄에 구리·마그네슘·규소를 혼합한 알루미늄 합금도 강도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두 항공기 모두 연료 효율이 좋아졌다. 양사는 모두 자사가 기존에 제작했던 항공기보다 연료 효율을 20% 정도 높였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 연비를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에어버스 측은 “B787보다 A350 연료 효율이 5%포인트 정도 좋다”고 주장했다.
길이(66.8m)·높이(17.05m) 등 외형 측면에서는 A350-900이 크다. B787-9의 길이(62.8m)는 A350-900보다 4m 정도 짧고, 높이(17m)도 소폭 낮다. 기체 너비도 A350-900(5.6m)이 B787-9(5.5m) 보다 약간 넓다. 최대이륙중량 측면에서도 A380-900(280t)이 B787-9(254t)보다 많이 실을 수 있다. 좌석은 아시아나항공의 A350이 311석으로 대한항공의 B787-9(269석)보다 42석 많다.
이에 대해 보잉은 “B787-9는 중형기로 분류되는데 비해, A380-900은 중대형기라서 크기나 이륙 중량이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에어버스는 “A380-900의 동급 모델은 B787-9로 분류하고 있다”고 맞섰다.
크기가 작은 게 꼭 불리한 건 아니다. 덕분에 한번 주유로 B787-9가 더 오래 난다. 최대 비행시간은 대한항공 B787-9(16시간20분)가 아시아나항공 A350(16시간14분)보다 길다. 최대 비행거리 역시 B787-9(1만5750㎞)가 A350-900(1만5000㎞) 보다 앞선다. 결국 대한항공이 도입한 B787-9는 크기가 작은 대신 더 멀리 갈 수 있고, 아시아나항공이 도입한 A350-900은 덜 가는 대신 더 많은 승객과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셈이다.
승객이 체감하는 기내 조건은 막상막하다. 기내에서 쉽게 피곤을 느끼는 건 지상(950~1050hPa) 보다 낮은 기내 기압 때문이다. 아시아나 A350-900의 기압(821hPa)이 대한항공 B787-9(800hPa) 보다 약간 높다. 그만큼 기내에서 두통이나 소화불량으로 시달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반면 공기 압축장치를 도입한 대한항공 B787-9의 객실(습도 최대 22%)이 공기 정화장치를 단 아시아나항공 A350-900(습도 15%) 보다 촉촉하다. 객실 소음은 아시아나항공(57.8db)이 대한항공(85db)보다 더 조용하다. 창문은 A350-900 보다 B787-9가 20% 정도 크다. 기내에서 건조한 걸 싫어하고 창밖 경치가 중요한 소비자에겐 대한항공이, 소음과 두통에 민감한 소비자에겐 아시아나항공이 상대적으로 적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조원태 사장 “B787-9가 가장 뛰어나” #김수천 사장 “A350-900이 모든 면에서 낫다” #신소재 비율은 B787, 연료효율은 A350 앞서 #작지만 오래 나는 B787, 덜 가지만 많이 타는 A3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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