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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 "인터넷에서 축구를 즐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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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축구대표팀이 승승장구하면서 독일월드컵에 대한 축구팬들의 관심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월드컵까지 아직 4개월 정도 남았지만 축구팬들의 마음은 오로지 6월을 향해 있는 듯 하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해외로 진출한 우리나라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이를 접하는 축구팬들의 눈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원인 중에 하나로 ‘인터넷의 영향’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카페, 클럽 등 축구와 관련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축구팬들 스스로 토론의 장을 만들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과거, 일반 축구동호회 수준을 벗어나 수십만의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놀이 문화를 만들어내고 그들만의 색다른 커뮤니티 문화를 형성하며, 인터넷 문화의 새 장을 열고 있는 축구팬 네티즌들의 모습을 소개한다.

평점놀이 大유행... 포털사이트, 카페는 물론 생방송으로도 매겨

요즘 축구팬들의 인기를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선수 개인에 대한 평점 매기기이다. 박지성, 이영표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이후, 선수 평점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자주 나오면서 네티즌들도 이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네티즌들은 자발적으로 선수들의 평점을 매기기에 이르렀다.
축구 경기가 끝나자마자 네티즌들은 평점을 매기는 공간이면 어디든 달려가서 점수 매기기에 여념이 없다. 네이버, 네이트, 야후 등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평점방은 물론 일반 언론사, 축구 카페 등 축구와 관련한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서 평점을 매긴다. 심지어 지난 29일 벌어진 한국-크로아티아 전에는 MBC가 생방송 중에 선수 평점을 매길 수 있도록 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네티즌들은 그 날 경기에 대한 선수의 움직임, 기여도, 활약도에 따라 4-10점까지 점수를 매긴다. 과거, 어떤 선수는 잘하고 어떤 선수는 못했다는 단순한 문장식 분석이 아닌 점수를 매기면서 나름대로 전문가급의 분석을 내놓으며 토론의 장을 만들기도 한다. 다른 네티즌이 잘못 매긴 평점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의성(26) 씨는 "요즘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스코어 맞추기보다 평점 맞추기가 유행인 것 같다"며, "내가 직접 선수들에 대해 평가하니 진짜 해설자같고 전문가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평점 놀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은 독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축구팬들의 색다른 재미, 네티즌과 어울려 생중계보기

TV나 문자중계를 보며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것은 축구팬 네티즌들이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재미 가운데 하나이다. 해외파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나 국가대표, 청소년대표 경기 등 TV에서 중계하기만 하면 커뮤니티 게시판은 수십 페이지가 넘어갈 정도로 순식간에 많은 글들이 올라온다. 골을 넣는 순간은 물론 선수들의 세밀한 움직임까지 많은 네티즌들이 실시간으로 글을 올리며, 오프라인으로 사람과 어울려 보는 것과는 또다른 축구 관전 문화를 형성했다.
항상, TV중계를 보며 동시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경기를 본다는 회사원 지훈(30) 씨는 “네티즌들과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감동을 커뮤니티를 통해 느낄 수 있다”며, “골을 넣으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동영상 이용해 축구팬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쏟아지기도

다음 카페 아이러브사커, 사커매니아 등 수십만의 축구팬들이 가입한 축구 커뮤니티엔 하루에도 수백개의 축구 사진들이 올라와 많은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여러 장의 사진을 그럴 듯한 내용으로 짜깁기해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등 기발한 내용의 작품들이 여기저기에 나오기도 한다. 선수들의 훈련 모습, 경기에 찍힌 사진부터 사적인 사진들까지 모든 것이 작품의 소재가 된다. 이를 이용해 한편의 이야기를 만들어 커뮤니티나 게시판에 올리면 그야말로 스타가 된다.
동영상을 이용한 네티즌들의 다양한 모습도 눈에 띈다. 국가대표 경기, K리그 경기는 물론 잉글랜드, 스페인 등 유럽 빅리그 동영상을 편집해 많은 네티즌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영상 중에는 옛 스타들의 경기 모습이나 과거 월드컵 경기 등 일반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들도 많이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아예 동영상 편집만 하는 네티즌을 뽑아 게시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네티즌 모두가 ‘축구 백과사전’, 모르는 것은 커뮤니티에...

대학생 박석윤(22) 씨는 축구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예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다. 많은 네티즌들이 삽시간에 질문에 대한 답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중요 경기 시간이나 방송하는 곳 같은 기본적인 것은 물론 일반 매체에서 접하기 힘든 경기의 결과까지 커뮤니티가 바로 지식검색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 씨는 “다른 건 몰라도 축구와 관련한 것은 커뮤니티에 올리면 궁금한 것을 금방 알 수 있게 된다”며, “축구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축구 백과사전”이라고 말한다.

감정적인 모습은 없어야... 인신 공격, 욕설 난무하기도...

이렇게 온라인 상에서 축구팬들의 다양한 모습들은 인터넷 문화 전반에도 영향을 끼칠 만큼 거대한 하나의 아이템으로 성장했다. 축구 관련 온라인 문화가 크게 성장했지만 그에 비해 다른 네티즌들에 피해를 줄만큼 감정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내 최대 축구사이트 가운데 하나인 사커월드(www.soccr4u.co.kr) 는 ‘축구게시판’에서 특정 선수에 대한 비방과 네티즌 간의 인신 공격 등의 추태가 버젓이 행해지자 결국 지난 달, 이를 폐쇄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각 커뮤니티 운영진들은 욕설이나 도배성, 광고성 글을 삭제하고 아이디 박탈 등의 조치를 통해 깨끗한 커뮤니티 문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수영(27) 씨는 "경기에 지거나 선수가 잘못해서 감정적으로 글을 쓰는 것을 가끔씩 보게 된다"며, "누구나 접하는 그런 공간에서 보여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축구 카페 운영자는 “네티즌들이 스스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만큼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지적하는 것이 좋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욕설이나 눈에 담기 힘든 글은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한 / 한국외대 독일어과]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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