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판도에 새로운 변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재야운동가인 백기완후보가 27일 저녁 동국대대강당에서 전국선거운동본부발대식을 가짐으로써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군소후보로 취급받고 있기는 하나 평생을 민중운동에 바쳐온 진보적 민족주의자인 백후보가 학생·노동·청년운동권의 「강권」에 의해 출마한것이 민정·민주·평민외 3당경쟁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될 소지도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민중의회 소집을 요구하며 국민투표거부운동까지 벌인 민민학련소속 학생들까지 수용됨으로써 과격운동권이 정치장내화했다는데도 의미를 찾을수 있다.
6·29선언후 줄곧 재야독자후보 옹립을 주장해온 백후보는 자신의 출마동기를 「민중이 주체가된 민주세력의 대연대로 군정을 종식하고 민중의 의지를 정치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한것」 이라고 요약하고 있다.
즉 『6월투쟁 이후 민중의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중의 의사가 잘 관철되지 않는 현실에서 민중의 의지를 정치적으로 관철시키자는 것』이라며 『민중이 주체가 되어 연대를 도모할 때만이 명실상부한 민중적 단일화를 쟁취할수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6·29선언 이후 재야·학생 세력은 「군정종식」이란목표에는 뜻을 갈이 하면서도 그 방법론에서 3가지흐름으로 나뉘어져 뫘다.
이 가운데 제일 먼저 독자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후보에 대한「비판적 지지 세력이다. 이들은 재야에서 상대적으로 「적합한 인물」을 밀어줌으로써 세력의 우열을 명백히 하면 열세의 후보는 자연 사퇴할 것이란 논리를 폈다. 10월12일 민통련중앙위가 처음 선언하고 나선 이후 급격히 세력을 규합, 지난20일에는 함석헌·문익환·홍남순·이태영씨등이·「김대중선생 단일후보 범국민 추진위」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참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인사들은 지난달 31일 『양김씨중 한 사람만을 지지하는 것은 적전분열로 군부독재의 합법적 연장을 기정사실화 시켜주는 것』 이라며 단일화 촉구 성명을 내고 이어 지난23일에는 강석주·김정한·김관석씨등이 참가한 「군정종식 단일화쟁취 국민협의회」 를 구성했다.
이런 두 흐름에 대해 후보단일화를 하되 보수야권이 아닌 민중의 힘으로 해야한다는 것이 백후보측의 주장이다. 백후보는 자신의 출마가 야권의 표를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문제는 단일화에 실패한 보수야권의 분열이지 자기의 출마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학생조직도 대체로 3가지 흐름이다.
국민투표때까지 단일화를 주장해온 전대협은 고려대를 중심으로한 「비판적 지지」 파와 서울대·연대를 중심으로한 단일화 촉구파의 두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민민학련계는 민중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백후보의 측근들은 기존 전대협측 학생들도 상당히 동요, 민중후보쪽으로 흡수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야의 「비판적 지지 세력은 투표직전까지도 김대중후보가 압도적 승세를 굳히지 못하면 김후보의 사퇴를 종용하겠다고 밝힌바있고 백후보도『어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민주세력의 대연대를 이루겠다』며 민주-평민-민중세력의 연립정부를 주장하고 있어 결국 이들은 단일화란 목표에는 뜻을 같이하는 셈이다.
즉 모두들 이번 선거를 통해 군정을 종식하고 민중운동의 정치세력화, 합법적 활동공간 확보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백후보측은 이미 선관위에 제출한 「재벌해체와 민중경제로의 재편」 선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농지는 농민에게」「농가부채 탕감」 「안기부·보안사·대공분실 해체」 등의 공약을 기초로 정강 정책을 마련중이며 차기정권하에서 「민중정당」 의 구심체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또 6월투쟁 이후 전대협측에 주도권을 빼앗겨온 민민학련측은 선거를 유용한 선전장으로 활용해 민중후보란 명분과 항께 학생운동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백후보는 지난21일 이철의원·박노해시인등의 추대로 출마, 선거운동 본부장을 맡은 박용일변호사등 인권변호사, 수도권일부 노동조직, 민중문화운동협의회, 민중미술운동협의회, 민민학련등의 지지를 받고있다.
또 경인지역 25개대학, 지방20개대학과 서울·인천·성남·충북·대전·전북·마산·울산·부산·대구·원주·포천등 12개 지방에 선거운동본부 조직을 이미 결성했다.
백후보측은 29일상오 11시 대방동 보라매공원유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하는데 이애주교수의 한판춤·사물놀이·노래공연등을 곁들여 참여를 유도할 예정이다. 또 이 공연을 통해 선거자금도 모금한다.
백후보의 출마에 가장 아파하는 쪽은 역시 평민당이다. 전재야의 지지를 받고 나온 서민의 후보라고 자처하는 김후보와 백후보의 지지층이 중복될뿐 아니라 재야민주세력의 단일후보라는 주장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평민당측은 백후보의 츨마에 신경질걱 반응을 보여 백후보의 반박까지 받았다.
김영삼 민주당 후보로서는 김대중후보에 대한 재야의 일방적 지지를 견제해주고 단일화 압력을 가해줘 단일화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해준다는 이익을 보게되나 한편으로는 강경재야의 입김이 거셀 수 있다는 우려도 안고 있다.
이와는 달리 강경재야의 정치권내 진입과 야권표의 분산이라는 현실적 이익을 얻는 민정당측으로선 반가운일이다.
다만 백후보가 다른 어느 야당후보보다 정부여당을 과격하게 공격할 것으로 보여 그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백후보에겐 탁월한 웅변력과 선명한 진보성, 그리고 각종 문화운동 세력의 지원, 재야내 명분등이 있지만 결국 얼마나 많은 세력을 규합할지가 백후보가 주장하는 민중주도 대연대의 승패를 가름할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