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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GDP에 ‘공유경제’ 에어비앤비·카풀 반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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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 숙박공유 서비스 업체 ‘에어비앤비’. 홈페이지에 접속해 ‘서울’로 검색해 숙소를 찾으면 300곳이 넘게 뜬다. 하룻밤 2만4000원짜리 방부터 50만원짜리 펜트하우스까지. 누군가의 집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원하는 여행객들에 인기다. 여기에 등록된 숙소는 대부분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등록돼있지 않다. 집주인이 단기임대로 돈을 벌어도 세금을 내지 않고,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국내총생산(GDP)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산업 트렌드 담지 못해” 지적 많아 #2019년부터 새로운 방안 적용키로 #시장 규모 0.005%, 820억원 수준 #P2P 대출 등 온라인 금융 이미 반영

# 매일 아침 7시 서울시 관악구 신림역에서 강남구 신사역사거리까지 출근하는데, 자가용이 없다면? 그동안은 당연히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지금은 또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카풀이다. 카풀서비스 업체인 ‘티클’, ‘풀러스’, ‘럭시’ 등에 접속하면 자가용을 가진 사람들이 올린 카풀 조건이 나온다. 이 중 자신과 맞는 조건을 찾으면 택시비보다 싼 금액으로 카풀을 이용할 수 있다. 카풀 운전자는 관련 소득을 신고하지 않는다. 이 역시 GDP 통계에 누락된 부분이다.

그동안 통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디지털 기반의 공유경제 거래가 2019년부터 GDP 통계로 들어온다. 29일 한국은행은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5년마다 있는 기준년 개편에 맞춰 2019년 3월부터 디지털 공유경제를 GDP 통계에 포함시키겠다”라는 계획을 밝혔다. GDP는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를 시장 가격으로 평가해 합산한 지표로,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나타낸다. GDP를 제대로 작성하려면 원칙적으로는 경제주체 간 모든 거래를 실제 가격 기준으로 포착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등장한 디지털 기반의 공유경제 서비스에서 이뤄지는 개인 간 거래는 좀처럼 잡아내질 못했다. GDP가 디지털 신(新)경제를 반영하지 못하는 구닥다리 통계라는 지적마저 나왔다.

이 때문에 한은은 지난해 7월부터 GDP 업그레이드 방안을 모색했다. 한은에 따르면 디지털 공유경제 중 상당 부분은 지금도 GDP에 잡히고 있다. 예컨대 ‘쏘카’, ‘그린카’ 같은 카셰어링 서비스는 이미 그 매출이 GDP 상 임대업으로 포착된다. 개인 간 대부 거래인 ‘P2P 대출’ 역시 온라인 중개업체와 연계된 금융회사를 통해 통계에 반영되고 있다. 반면 앞에서 예로 든 숙박공유나 카풀서비스는 GDP통계에서 누락되는 부분이다. 한은은 이 시장 규모를 연간 명목 GDP의 0.005%, 지난해 기준 82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김현정 한은 국민계정연구반장은 “아직 카풀서비스는 사업 초기 단계라 거래금액이 미미하고, 숙박공유는 GDP에 이미 반영된 장기임대료분을 초과하는 숙박료만 계산했을 때 이 정도 규모”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끊임 없이 새로운 디지털 공유경제 서비스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 외에 놓친 부분이 무엇이 있을지, 그 부가가치는 어떻게 추정할지를 연구해 2019년부터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GDP의 효용성과 신뢰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1960년대부터 있었다. 특히 정보기술(IT)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1930년대에 개발된 GDP가 산업 혁신을 포괄하고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GDP는 꾸준히 업그레이드 되면서 시대 변화를 따라잡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1990년대 말 미국의 IT혁명기에도 IT 혁신의 부가가치를 GDP에 반영하는 방법론이 개발됐다”며 “GDP는 한계도 있지만 의사결정의 핵심요소인 부가가치를 명확히 보여준다는 그 유용성 면에서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설명했다.

2019년 GDP 통계가 개편되더라도 여전히 GDP로는 담아내지 못하는 디지털 경제영역은 존재한다. 예컨대 포털 검색이나 지도 서비스 등을 무료로 이용함으로써 얻는 소비자 효용은 GDP가 포착하지 못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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