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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사진이라고? fun한 사진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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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종종 사진기자들의 사진을 재미없다고 한다. 수학공식처럼 틀에 박힌 사진들에서 개성을 찾을 수 없다는 의미일 거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뻔fun한 사진전'의 출품작들을 '신문 사진기자들이 찍은 뻔한 사진'으로 오해하지 마시라. 발음을 조금 세게 했을 뿐, 뻔하면서도 펀(fun)한, 재미있는 사진들이다."

20~30일 서울 광화문 조흥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중앙일보 사진부 단체전의 인사말은 어깨 힘을 뺀 가벼운 유머로 시작한다. 한국HP의 협찬으로 열리는 이번 그룹전 문패도 그래서 '뻔fun한 사진전'이다.

사진부 기자들인 주기중.김형수.조용철.최정동.김춘식.신인섭.김경빈.오종택.박종근.변선구.최승식.임현동.김성룡 등의 작품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통상적인 저널리즘 사진과는 적지않게 다르다.

출품작들은 지난 3년새 중앙일보 지면에 '포커스' '표정'이란 제목 아래 연재됐던 사진들에서 추리고 추렸다. 해서 전시장에 걸린 50여점은 종래 저널리즘 사진들의 정석과는 구분된다. 사건.사고의 현장에서 얻은 소재들, 이를 토대로 한 기록적 성격이라는 정석과 달리 출품작들은 자유로운 시각 실험의 열매들로 읽힌다.

당연히 이번 전시회에서 여야 정치인들의 뻔한 얼굴 표정이나 대형 사건현장등은 제외했다. 흔히 보도사진전이라는 이름 아래 단골로 나올 법한 이미지들 역시 찾아볼 수 없다. 신선한 맛은 그 때문이다.

신문 갱지에 손바닥만하게 보았던 이미지들은 독자들이 볼 때는 일단 '구면'인데, 이를 정식 프린트를 하고 작품의 옷인 액자까지 씌워 전시공간에 모아놓고 보니 전시 의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첫째가 유머감각이다. 사진평론가 진동선씨의 말은 이러하다. "이 사진전 속의 웃음에는 진정성이 있다. 보는 사람들에게 빙그레 웃음짓게 하는 사진들이다. 사진기자들에게 포착된 웃음은 그들이 직면한 현실적 상황들이 주는 중압감을 고려할 때 더욱 값지다. 바로 그 뻔함(세속적인)과 fun함(재미)이야말로 삶의 진실을 투영하려는 의지가 아닐까."

또 하나 이번 전시회 출품작들에서 유머 외에 '플러스 알파'를 챙겨봐야 할지 모른다.

즉 '뻔fun한 사진전'은 찍기(take) 아닌 만들기(make)로 치닫는 현대사진에 대한 콤플렉스가 별로 없다. 현대사진은 기록과 재현을 근대적 낡은 문법으로 내팽개치고 포괄적인 영상과 이미지 쪽으로 성큼 내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진전은 스트레이트 사진에 일단 충실하고, 그 '오래된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한다.

본래 신문사진은 현장 사진.기획취재 사진 외에 피처 사진(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상징적 사진)장르가 포함돼 있다. 문제는 국내 신문 사진이 90% 이상 현장 사진으로 채워지고 있어, 다양성을 스스로 포기해왔다.

이번 사진전이 피처 사진에 대한 재발견으로 요긴한 것은 그 때문이다. 한편 이번 출품작들은 단행본 '재미있는 사진'(푸른세상)으로 묶여 함께 선보인다. 02-722-8493.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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