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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국민 공약 감사 청구 통해 4대강 감사",우회로 찾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감사원이 ‘국민 공익 감사 청구’를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정책감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 지시에 따라 감사에 착수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우회로를 찾은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8일 감사원의 업무보고를 받은 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감사원은 업무보고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공익감사 청구가 있었다는 점, 이에 따른 감사 준비상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24일 녹색연합 등 40개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가 24일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이 감사를 착수하는 조건으로는 ^국무총리 요구,^공익감사 청구^감사원 자체판단 등이 있다.

국정기획위는 이와 함께 “내년 개헌 때 감사원의 독립 기구화 등 감사원 조직 개편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국정기획위 정치ㆍ행정분과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위원장은 이날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에서 열린 감사원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개헌을 약속했기 때문에 (감사원이) 개헌의 방향과 내용에 관심이 클 것”이라며 “개헌 때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감사원의 회계검사권의 국회 이관도 본격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박범계 위원장은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ㆍ전문성을 높이고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회계검사권과 직무감찰권을 제대로 수행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분과의 정해구(성공회대 교수) 위원도 “감사원이 가진 회계검사와 직무감찰 기능에 관한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회계검사는 국회와 관련이 많고 직무감찰은 행정부와 관련이 많다”며 “내년에 개헌이 얘기되면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을 상당 정도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감사원법 제20조에 따르면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ㆍ세출 등 회계를 검사ㆍ감독(회계검사권)하고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직무감찰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에서 감사원의 회계검사권을 국회로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회 소속의 회계 검사기관 설치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공약집에선 “감사원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요구 시 비공개 감사 사항도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감사원 내부에서는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을 분리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나왔다. 두 기능을 분리해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감사업무가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이 결합해 있는 형태”라며 “회계검사권이 국회로 이관되면 감사원의 감사 요구에 피감기관이 응하지 않고 버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대 강 감사만 해도 기업 간 담합이나 부당거래 정황을 파악하는 회계검사, 공무원들에 대한 직무감찰 함께 진행해야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후에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문 대통령이 정부 부처의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라고 지시한 데 대한 언급이 있었다. 박범계 위원장은 "인권변호사인 대통령이 취임해 인권위에 대한 기대와 위상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인권위는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 기구다. 인권위가 지금까지의 관성에서 벗어나 더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록환ㆍ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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