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수질악화 해결 기대” “저수량 줄어 농업용수 차질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충남 공주시 우성면 금강에 조성된 공주보. 다음 달부터 6개의 보 가운데 이동식인 가동보 3개를 상시 개방해 강물을 하류로 흘려보내게 된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공주시 우성면 금강에 조성된 공주보. 다음 달부터 6개의 보 가운데 이동식인 가동보 3개를 상시 개방해 강물을 하류로 흘려보내게 된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23일 오전 9시30분 충남 공주시 우성면 공주보. 우안(右岸) 쪽에 조성된 소수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었다. 3000㎾(1500㎾X2개) 규모로 연간 15.9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개방 앞둔 금강 공주보 가보니 #보 아래쪽은 ‘녹조 초기현상’ 발생 #오염지에 사는 붉은깔따구도 서식 #문재인 대통령 내달부터 개방 지시 #공주시, 수위 저하 우려 대책협의도

보 중간 아래쪽은 물빛이 누런색으로 변해 있었다. 전문가들은 녹조 초기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높이 7m, 길이 280m(고정보 60m·가동보 220m)의 공주보에는 수문 6개가 있다. 공주보의 저수 용량은 1550만㎥로 상류 세종보부터 공주보까지 저수량이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6개 보 개방 지시에 따라 공주보도 다음 달부터 상시 개방에 들어간다. 공주보를 관리하는 사업소 측은 상급기관인 국토교통부나 수자원공사에서 보 개방과 관련한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관리유지 기준인 8.75m의 수위를 얼마나 내릴지, 방류시간을 얼마나 할지 등에 대한 지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공주보는 금강에 조성된 3개 보 가운데 하나다. 공주보를 중심으로 상류에 세종보, 하류에 백제보가 있다. 공주보가 조성된 이후 보 주변에서는 붉은깔따구, 실지렁이 서식이 확산하는 등 환경문제가 발생했다. 매년 녹조 발생으로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고 수질오염도 심각한 사태로 변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4대강 사업 정책감사와 6개 보 우선 개방 등의 문 대통령의 지시를 환영한다”며 “기능을 상실한 세종보 철거와 금강~보령댐 도수로 등 사업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금강 세종보 등이 수질악화에 끼친 영향이 드러났는데 개방 대상이 6개 보에 불과하다”며 “문 대통령의 지시가 현장에서 제대로 추진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자치단체와 농민들은 공주보 상시개방으로 저수량이 줄어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물을 하류로 내려보내면 수위가 낮아지고 양수장으로 공급해야 할 양질의 물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농어촌공사는 세종보와 공주보 사이에서 56개의 양수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공주보에서 상류 쪽으로 8㎞가량 떨어진 장기1양수장(공주시 석장동) 등 대형 양수장은 금강 물을 끌어다 세종시·공주시 지역 460㏊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이 가운데 공주보 상류에 설치된 농업용 양수장은 보의 수문 개방으로 수위가 0.25~1.95m만 내려가도 취수를 중단해야 한다.

공주시는 지난 23일 농어촌공사 공주지사, 수자원공사 공주보 관리소측과 긴급 대책협의를 하고 공주보 수문개방을 신중히 해달라는 요구서를 국무조정실에 보냈다.

상류지역에 위치한 조정경기장은 이달 말 전국소년체육대회를 시작으로 10월까지 전국 규모의 대회가 예정돼 있다. 공주보의 방류로 수위가 낮아지고 영향이 상류까지 미치면 대회 차질이 불가피하다.

공주시 관계자는 “저수량이 많을 때는 물을 끌어다 인근 논에 공급할 수 있지만 수량이 줄어들면 제한급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