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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VR, 캐즘을 건너 주류로 가려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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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윤경림한국가상현실(VR)산업협회장

윤경림한국가상현실(VR)산업협회장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그리고 최근의 혼합현실(MR)까지 가상을 실제처럼 느끼게 하거나 현실에 가상을 결합해 또 다른 현실을 보여주는 서비스가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VR·AR의 기술 발전은 눈부시다. 머리에 쓰는 VR 디스플레이 기기(Head Mounted Display)는 가볍고 이용이 쉬워졌으며, 무선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VR 멀미 현상’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2016년도 ‘하이프 사이클 ’보고서에 따르면 VR은 이미 대중화가 시작됐으며, 5년 후면 주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실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및 소니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은 VR에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며, 다양한 시장조사기관들은 VR 산업이 2020년 100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장의 반응은 차분한 편이다. VR 확산의 걸림돌이 되었던 여러 기술적인 제약들이 해결되고 있으나, VR 서비스는 일종의 마니아라고 할 수 있는 얼리 어답터들을 중심으로 이용되고 있다. 제프리 무어 박사는 혁신기술이 주류로 자리 잡기까지 초기 단계와 대중화 단계 사이에 ‘캐즘(Chasm)’이라는 단절이 있다고 지적했는데, 아직 VR은 ‘캐즘’ 단계에 머무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혁신기술은 캐즘을 건너지 못하고 사실상 사라졌다. 그렇다면 VR이 캐즘을 건너 대중화, 나아가 주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답은 바로 ‘콘텐트’, 그것도 시장의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킬러 콘텐트의 지속적인 공급에 있다.

과거 초고속인터넷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데는 스타크래프트,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와 같은 온라인 기반 게임의 결정적 역할이 있었다. 반면에 3D TV는 콘텐트 없이 디바이스만 제공돼, 결국 사양화의 길에 접어 들었다.

VR 산업이 캐즘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고객들을 강하게 자극하고 시장의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블록버스터급 웰메이드 콘텐트의 등장이 필요하다. 단순한 호기심을 채워 주는 수준의 소소한 콘텐트로는 캐즘의 협곡을 건널 수 없다.

시장을 견인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급 콘텐트의 등장을 위해서는 대규모 시장 창출형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대규모 투자가 필수불가결하나, 문제는 실패에 대한 부담으로 막대한 투자를 하는데 주저없이 나설 수 있는 콘텐트 사업자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정부는 이미 VR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하고,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육성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금은 콘텐트를 통해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의미있는 한 방을 준비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정부는 마중물 투자와 함께 대규모의 콘텐트 프로젝트에 역량있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는 선순환의 생태계를 만드는 계기가 되어 국내 VR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5G를 기반으로 한 진정한 VR 서비스의 구현으로 ‘실제처럼 느끼고 체험하는’ 올림픽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시장의 노력으로 탄생한 블록버스터급 VR 콘텐트가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 수 있기를 고대한다.

윤경림 한국가상현실(VR) 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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