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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지급 위한 ‘의료진단’ 공정성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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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A씨는 경기도에 위치한 종합병원에서 암판정을 받았다. 정밀한 치료를 위해 국내 최고라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갔다. 말기암 선고를 받았다. 수술 후 항암치료 중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회사에선 의료자문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달 후 보험사에서 돌아온 답변은 말기암(4기)이 아니라 상피내암(소액암)이라는 것이다. A씨는 대학병원 전문의에게 말기암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보험사는 의료자문 결과를 토대로 말기암으로 인정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일부 보험사, 자체 자문 받아 거절 #지난해 분쟁 2112건, 매년 증가세 #판정 기관 이견 때 금감원서 조정

보험금 지급을 놓고 생기는 보험계약자와 보험사 간 의료감정(진단)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감정과 관련한 분쟁은 2112건이 접수됐다. 2013년 1364건, 2014년 1738건, 2015년 1519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의료진단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올해 안에 시행하겠다고 24일 밝혔다. 가장 먼저 손보는 것은 의료진단분쟁의 자율조정 절차 개선이다. 현재 보험약관에서는 의료감정(진단)과 관련해 계약자와 보험사 간 이견이 있는 경우 제3의료기관 자문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는 이에 대한 설명이나 안내를 하지 않고 (보험사 측) 자문의사의 소견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 금감원은 따라서 제3의료기관 자문절차에 대한 설명을 의무화하고 자문병원 및 자문내용을 계약자에게 제공하는 절차를 마련키로 했다.

보험사별로 의료자문을 받은 병원명·전공과목·자문횟수 등은 금감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제3의료기관이 보험사와 관련이 없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병원인지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다. 제3의료기관을 선정할 때 보험사와 계약자 간 합의가 안 됐거나 계약자가 어떤 곳을 고를지 정하지 못했다면 금감원에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금감원은 전문 의학회 등을 통해 계약자가 자문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의료감정 등과 관련한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룰 의료분쟁전문소위원회를 신설한다. 소위원회는 전문의학회 등에서 추천받은 의사들로 구성한다. 현재 금감원 수석부원장(위원장)과 법률가·의료인 등으로 구성된 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전문화·복잡화한 의료감정 등과 관련한 분쟁을 충분히 심의할 수 없다는 지적 때문이다.

한편, 장해보험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표준약관(생명·질병·상해보험)상 장해분류표를 현실에 맞게 개정하기로 했다. 이 장해분류표는 2005년에 개정된 이후 10년 이상 그대로다. 장해분류 기준 및 검사방법 등이 실제 장해상태를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해 보험사와 소비자간 민원·분쟁을 유발하고 있다.

이현열 금감원 분쟁조정국장은 “보험회사가 자문의 소견만을 가지고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불합리한 관행을 차단해 보험계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설명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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