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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돈=눈먼 돈’ 취급했단 처벌…지난해 7185억 보험사기 적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보험사 돈은 눈먼 돈=임자 없는 돈’
 ‘보험회사는 우리의 밥이다. 보험회사는 우리의 먹이’

자료: 경남지방경찰청

자료: 경남지방경찰청

 경상남도 김해시 모 병원의 원장 김모(44)씨 방에서 발견된 메모지 내용이다. 2006년 김해시에 병원 문을 연 김씨는 애써 진료하기보다는 보험만 잘 활용하면 훨씬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2010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환자가 입원하지도 않았는데 입원한 것처럼 꾸몄다. 1118건. 요양급여 11억2000만원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챙겼다.

금감원, 전년비 9.7%↑…1인당 870만원 #‘나이롱 환자’ 보험금 부풀리기 대부분 #신고하면 포상금…1억9300만원 지급도 #“보험료 인상 유발…가입자도 처벌 유의”

 김씨의 회유에 넘어간 환자 136명은 1인당 최고 1억8000여만원 등 보험회사 40곳에서 실손보험금 44억5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김씨는 환자들에게 ‘협조를 하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수사를 받으면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를 요령을 직접 작성해 나눠줬다. 또 입만 다물면 변호사를 선임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김씨는 그러나, 지난해 10월 결국 검찰에 보험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의 일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2015년(6459억원)보다 9.7% 증가한 718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1인당 평균 보험사기 금액도 같은 기간 780만원에서 870만원으로 11.5% 증가했다. 적발 인원은 총 8만3012명이다.

 사기 유형별로는 허위(과다) 입원ㆍ진단ㆍ장해, 보험사고 내용 조작 등이 5097억원으로 전체의 70.9%를 차지했다. 살인ㆍ자살ㆍ방화ㆍ고의충돌 등 고의사고를 유발하는 적극적인 형태의 보험 사기는 1215억원(16.9%) 등이다. 김상기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부국장은 “(허위ㆍ과다사고 유형이 많은 것은) 아직까지 과도하게 입원해 치료비를 부풀리는 등의 보험사기는 범죄행위라고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 전체 보험사기의 절반을 웃돌던 자동차보험 사기 비중은 지난해 전체 보험사기의 45%(3231억원)까지 줄었다. 금감원은 자동차에 블랙박스ㆍCCTV 등 설치가 보편화하면서 보험사기 예방 효과가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연령별로는 30∼50대 연령층의 보험사기 적발이 감소한 반면, 60대 이상은 전년 대비 9%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전체의 68.8%로 전년대비 3.7% 줄었지만, 여성은 31.2%로 같은 기간 7.4% 증가했다. 김상기 부국장은 “60대 이상에서 허위ㆍ과다 입원, 질병, 장해 등 병원 관련 보험사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적발 인원이 늘었다”며 “남성 보험사기 비율이 준 것은 자동차 보험사기 적발 건수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및 각 보험회사는 보험사기 제보 접수를 위해 ‘보험사기 신고센터’를 설치ㆍ운영 중에 있다. 제보자의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우수 제보자에 대해서는 신고 포상금을 지급한다. 지난 4월에는 아내를 교통사고로 위장 살해해 98억원의 보험금을 받으려 했던 사례를 신고해 제보자는 역대 최고 신고보상금인 1억9300만원을 받아갔다. 지난해 손해보험협회 및 보험회사는 우수 제보 3769건에 대하여 총 17억6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자료: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감독원

 김상기 부국장은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결국 보험료를 인상시켜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피해를 초래한다”며 “특히 지난해 9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가입자도 크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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