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점골에 파도타기까지...강한 첫 인상 남긴 'FIFA 대회 첫 출전' 바누아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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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B조 조별리그 1차전 멕시코-바누아투 경기에서 후반 로날도 윌킨스가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바누아투 선수들. 대전=김지한 기자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B조 조별리그 1차전 멕시코-바누아투 경기에서 후반 로날도 윌킨스가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바누아투 선수들. 대전=김지한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8위, 면적 1만2189㎢의 82개 섬으로 구성된 나라. 남태평양 오세아니아의 작은 나라 바누아투가 FIFA 주관 국제 축구대회 첫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오세아니아 작은 섬나라, 각 급 FIFA 주관 대회 첫 출전 #U-20 월드컵 본선 15회 출전 멕시코 상대로 2-3 석패

바누아투는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멕시코에 2-3으로 석패했다. 각 급 대표팀을 통틀어 FIFA 주관 대회에 첫 출전한 바누아투는 첫 경기부터 U-20 월드컵 본선에 15차례나 출전했던 멕시코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멕시코는 북중미 예선 3위로 올라왔고, 비교적 최근 대회인 2011년 콜롬비아 대회 때 3위를 했던 청소년 축구 강국이다. 본선 티켓이 2장으로 늘어난 오세아니아에서 바누아투는 뉴질랜드와 함께 첫 대회 출전 기회를 얻었지만 결코 본선 도전이 쉽지 않았다.

전반 9분 멕시코에 선제골을 내줄 때만 해도 쉽지 않은 경기가 점쳐졌다. 우리엘 안투나가 오른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케빈 마가냐가 헤딩슛으로 연결한 게 바누아투 골키퍼 다니엘 알릭의 손을 맞고 공이 골문으로 들어갔다. 이어 전반 25분 또다시 안투나가 오른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알릭이 잡았다가 놓친 공을 로날도 시스네로스가 따내서 오른발로 밀어넣어 순식간에 2-0으로 멕시코가 앞섰다.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B조 조별리그 1차전 멕시코-바누아투 경기에서 응원하는 바누아투 팬들. 대전=김지한 기자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B조 조별리그 1차전 멕시코-바누아투 경기에서 응원하는 바누아투 팬들. 대전=김지한 기자

그러나 후반 들어 바누아투는 완전히 다른 팀으로 돌변했다. 캐나다 출신 데얀 글루슈체비치 바누아투 감독은 경기 내내 터치라인 근처까지 나와서 서서 지켜보면서 선수들의 적극적인 플레이를 독려했다. 전열을 가다듬고, 멕시코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면서 공세를 적극적으로 편 게 효과를 봤다. 후반 7분 주장 봉 칼로가 만회골을 넣으며 분위기를 바꾼 바누아투는 후반 17분 미드필더 로날도 윌킨스가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경기장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윌킨스는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볼을 잡고 멕시코 수비수 2명 사이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해 골문을 가르면서 승부의 균형을 이뤘다. 경기장을 찾은 6251명의 관중들은 크게 술렁였고, 바누아투를 응원하던 30여명의 관중들은 소규모임에도 '바~누아투'를 외치고, 파도타기 응원까지 펼쳤다.

이후에도 바누아투는 적극적인 압박 플레이로 멕시코의 공세를 막아냈다. 때로는 역습으로 멕시코의 골문을 노렸다. 비록 후반 추가 시간에 페널티 지역에서 멕시코 수비수 에드손 알바레스를 놓쳐 결승골을 내줘 무릎을 꿇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승점을 쉽게 내주는 '승점자판기'로 끝내진 않겠단 걸 보여주며 FIFA 주관 대회 첫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대전=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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