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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TV제국' 폭스뉴스 설립자 로저 에일스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폭스뉴스 설립자인 로저 에일스 전 회장이 18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부인 엘리자베스 에일스의 성명을 인용해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향년 77세.

"공화당 대통령 킹메이커…'정치쇼'의 대가" 명성 #머독 "미디어 거대한 변화 이끈 천재이자 애국자" #지난해 여성앵커 등 직장내 성희롱 사건으로 축출

뉴욕타임스(NYT)는 "그는 폭스를 '보수의 제국'으로 키운 설립자인 동시에 공화당의 '킹메이커'였다"고 평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치인을 할리우드의 유명인처럼 팔아먹는 예술의 대가"라고 말했다.

18일 사망한 로저 에일스 폭스뉴스 전 회장.[중앙포토] 

18일 사망한 로저 에일스 폭스뉴스 전 회장.[중앙포토]

에일스 전 회장은 1962년 클리블랜드·필라델피아 등 지역 TV방송사에서 소품 담당 보조로 방송사 일을 시작했다. 1965년부터 프로듀서로서 만든 버라이어티 토크쇼가 전국적으로 방송된 게 공교롭게 공화당 거물들과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당시 토크쇼에 출연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1968년 대선 캠페인 방송 제작을 에일스에게 맡기면서다.

이후 에일스는 1984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재선, 1988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에 직접 참여했고, 이후에도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막후 정치컨설턴트로 활약했다.

그의 보수 킹메이커 경력은 1996년 케이블 뉴스 채널 폭스뉴스를 창업한 후 빛을 발했다.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이란 폭스뉴스의 공식 모토와는 반대로 보수 우파적 색채를 분명히 드러내면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쟁사인 CNN을 '클린턴 뉴스네트워크', CBS를 '공산주의자 방송 시스템(Communist Broadcasting System)'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1998년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인 모니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가 폭로되자 이후 '르윈스키 스캔들'을 집중 보도하며 격차가 큰 시청률 3위인 폭스뉴스를 1위로 올려놓았다.

루퍼트 머독 폭스뉴스 현 회장. [사진 위키미디어]

루퍼트 머독 폭스뉴스 현 회장. [사진 위키미디어]

폭스뉴스를 공동 창업한 루퍼트 머독 21세기 폭스 및 폭스뉴스 회장은 "에일스는 천재적인 방송인으로 지난 30여년 미국의 미디어를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애도했다. 머독 회장은 또 "그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한 위대한 애국자였다"고 덧붙였다.

그런 에일스 전 회장도 창업 CEO로 20년 지배해오던 폭스제국을 지난해 7월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떠나야 했다.
시사토크쇼 '폭스 앤 프렌즈'의 진행자 그레첸 칼슨이 그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했고, 이어 폭스뉴스 간판 앵커인 메긴 켈리를 포함해 여성 직원 20여명이 성희롱을 폭로했다. 폭스뉴스는 에일스 전 회장 사임 후 칼슨과 합의를 위해 2000만 달러(220억원)를 지불했다.

한편 사망 원인과 관련 에일스 전 회장은 지난 10일 플로리다 팜비치 인근 저택 욕실에서 쓰러지면서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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