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하자마자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vs 친노 김만수 부천시장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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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상공인과 더불어 함께 사는 대한민국을 위한 결정을 해주길 강력 촉구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부천시는 20여년 방치된 상동 영상단지를 마냥 지금처럼 둘 수는 없는 입장이다.”(김만수 부천시장)

부천 상동에 추진 중인 신세계 입점 두고 힘겨루기 #을지로위원회, "입점 재고하라" #김 시장, "정치권 압박은 기업에 부담" #김 시장은 참여정부 대변인 역임한 핵심 친노 #을지로위원회는 文 지지 업고 날개 달아

김만수 부천시장 [중앙포토]

김만수 부천시장 [중앙포토]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김만수 부천시장이 정면 대립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김만수 부천시장은 중소상인 생존권 위협하는 신세계 복합쇼핑몰 추진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제목의 공개 서한을 발송했다. 이에 앞서 김 시장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을지로위원회의 압박에 기업이 위축되고 있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는 등 날을 세우고 있다.

양측의 이런 갈등은 신세계가 부천 상동 영상단지에 건립을 추진하는 백화점 때문이다. 당초 신세계는 3만7373㎡ 규모 부지에 복합쇼핑몰을 만드려고 했다가 인근 10여개 시장 및 지하상가 상인들의 반발로 백화점만 짓는 것으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지난 12일 신세계는 돌연 사업계약 체결 연기를 부천시에 요청했다.

김 시장은 이런 신세계 측의 소극적 태도가 새 정부와 민주당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신세계측의 갑작스런 연기 요청은 새 정부가 출범한 상태에서 바로 계약 체결할 경우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 불이익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국회의원들의 계속된 압박도 부담스럽다는 전언도 있었다. 아직도 기업에는 예전의 피해의식이 강하게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을지로위원회는

이러한 양측의 충돌은 갈등 내용보다 각자의 이력과 입지 때문에 더 주목을 받았다.
김 시장은 민주당 소속의 재선 시장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춘추관장과 대변인을 역임해 대표적인 친노 정치인으로 통한다. 당시 민정수석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과도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한편 사회적 약자인 ‘을(乙)’을 지키겠다며 2013년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위상이 급등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범정부 조직으로 격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범부처 조직으로 출범하는 을지로위원회에 주요 경제부처 장·차관과 공무원들이 참여하고, 을지로위원회는 재벌 개혁과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루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일약 주목받게 된 을지로위원회가 우리당 소속 지자체장에게 공개 경고장을 보낸 것도 이례적이지만 하필 그 대상이 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서 손발을 맞췄던 친노 정치인이다보니 더 주목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을지로위원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을지로위원회 측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부천시에 신세계 복합쇼핑몰 입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선거 운동 기간 중 '지역 상권을 말살하는 대형 쇼핑몰의 입점을 제한하겠다'며 ‘을지로 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이같은 국정운영 방향에도 불구하고 부천시가 복합쇼핑몰 건립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상황에도) 김만수 부천시장은 허가 중단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SNS에 토로하며 지속적인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김 시장의 태도도 문제삼았다.

한편 부천시의 한 관계자는 “부천에 마땅한 복합쇼핑몰이 없어 인근 인천까지 하남까지 가는 등 시민들의 불편이 적지 않다. 지역 상권과 충돌한다는 것도 현지 상황과는 맞지 않다”며 “신세계에 사업 추진 의사를 재확인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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