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트럼프 러시아 내통설' 공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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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위키미디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위키미디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모종의 지원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케빈 맥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의회에서 공화당 의원들과 나눈 사적 대화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지난 대선 기간 중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실제 내통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보도다.

WP 1년 전 공화 의원 대화 공개 #"트럼프, 푸틴에게 대가 받았다" # 러 대선 개입 시사 발언 등장 #"비밀 지켜야 한다" 입단속도 #

공화당 대선 경선이 열리기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6월 15일 맥카시 의원은 “푸틴이 두 사람에게 대가를 지불했다고(pay) 생각하는데, 로라바커와 트럼프다”라고 말했다. 로라바커는 공화당의 데이나 로라바커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으로 의회 내 열혈 친러파로 꼽힌다.

WP가 입수한 이날의 대화 녹음에 따르면 매카시 의원 발언에 다른 의원들은 믿지 않는 듯 웃었다. 그러자 매카시 의원은 “신에게 맹세한다”고 거듭 확인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더 이야기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말을 끊고 나섰다. 그는 “우리가 진짜 가족이라면 알려져서는 안된다”고 입단속을 했다. 실제 이날 대화는 WP가 보도하기까지 1년 가까이 알려지지 않았다.

매카시 의원과 라이언 하원의장은 블라디미르 그로이스만 우크라이나 총리와 각각 면담했다. 그로이스만 총리는 러시아 정부가 동유럽의 민주적 제도를 후퇴시키기 위해 극우 포퓰리즘 정치인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마침 대화 하루 전인 6월 14일 WP에 “러시아 정부가 민주당 전국위원회 컴퓨터를 해킹했다”는 기사가 나왔고, 매카시 의원은 러시아의 개입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다 가 문제의 발언에 이르게 됐다.

WP는 “이 대화를 통해 공화당 지도부가 러시아의 대선 개입과 트럼프·푸틴의 관계에 대해 이미 논의하고 비밀에 부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공화당 지도부는 러시아 내통 의혹이 확산 중인데도 백악관을 방관하고 있다”며 “수사를 위한 특별위원화나 특별검사 지명에도 주저해 왔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지도부를 사실상 ‘러시아 내통설’의 공범으로 지목한 것이다.

한편 WP가 대화 확인 요청에 라이언 의장 측은 “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매카시 의원 측도 “터무니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녹음된 사실이 공개 된 뒤 라이언 의장 측은 “1년 전 오고간 대화는 유머였다”며 “누구도 매카시 의원의 발언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이어 “공화당 지도부는 끊임 없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에 대해 비판해 왔으며, 하원은 관련 수사를 이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매카시 의원 측도 “실패한 유머였을 뿐”이라고 바뀐 입장을 밝혔다.

홍주희 기자 honghog@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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