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국, 제재는 강화하고 대북 대화 문턱 낮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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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5일(현지시간) 대북 규탄과 함께 추가 제재를 경고하는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데 이어 16일엔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고 추가 제재를 논의했다. 미국은 추가 제재 시 북한의 석탄 수출을 막는 것은 물론 대북 원유 공급 제한과 해외노동자 송출 금지, 대북 외교관계 단절 요구 또는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박탈이라는 ‘수퍼 3종세트’도 함께 요구할 태세다. 미국은 그간 ‘도발하면 벌 준다’는 입장이었지만 북한이 올 들어 8차례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축적된 도발’에 대해선 ‘미리 압력을 가해 도발을 못하게 하겠다’며 행동에 나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16일 안보리 회의를 앞두고 “우리는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북한이 핵 개발과 여타 시험을 전면 중단할 때까지는 아니다”라고 한 발언에 주목한다. 이는 당초 ‘핵 포기’를 대북 대화 조건으로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문턱을 낮춰 ‘핵 동결’로 조건을 완화했음을 의미한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미 정권교체, 정권붕괴, 한반도 통일 가속화, 38선을 넘는 북진의 네 가지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혀 김정은 정권에 체제보장 카드까지 제시했다. 미국이 여기에 안보리 수퍼 추가 제재와 대화 조건 완화 카드까지 더한 것은 앞으로 강온 양면작전으로 북한을 대화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이 지난 8~9일 오슬로 1.5트랙 접촉에서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와 대북제재 해제, 평화협정 체결을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의 조건으로 내건 데 대한 미국의 응답이다.

미국의 자세는 북한 핵 동결을 비핵화 조치의 첫 단계로 설정하고 이게 이뤄지면 행동 대 행동으로 대응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문제는 본격 대화의 시점이나 핵 동결 검증방법을 비롯한 구체적 사안에선 아직 한·미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어질 접촉에서 충분한 소통과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