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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 돌부처 21억 잭팟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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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돌부처’ 김시우가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주먹을 불끈 쥔 김시우. [폰테베드라비치 AP=뉴시스]

‘돌부처’ 김시우가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주먹을 불끈 쥔 김시우. [폰테베드라비치 AP=뉴시스]

김시우(21·CJ대한통운)는 골프계의 ‘돌부처’다.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투수 오승환(35)처럼 그는 배짱이 두둑하고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2012년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을 통해 이듬해 미국 무대에 데뷔한 김시우의 발걸음은 고스란히 한국 골프의 역사가 된다.

김시우, PGA 플레이어스 우승 #제5의 메이저대회 역대 최연소 #두둑한 배짱, 침착한 경기 운영 #“악마의 17번 홀, 핀 없다치고 샷” #갤러리 “우~” 이름 외치며 응원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에서 끝난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그가 잘할수록 “우(woo)~” 하는 갤러리의 목소리도 커졌다. 야유가 아니라 그의 이름(시우)을 외치는 갤러리의 응원 목소리였다. 김시우는 이 대회에서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21세10개월16일)로 우승한 것이다. 김시우는 합계 10언더파를 기록하며 공동 2위 이언 폴터(잉글랜드), 루이 우스트히즌(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3타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했다. 지난해 8월 윈덤 챔피언십 우승 이후 통산 2승째다.

1974년 창설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우승상금이 189만 달러(약 21억3000만원)나 되는 초특급대회다. 21세의 김시우는 이 대회 우승으로 단숨에 21억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21억3000만원은 한국 골프 역사상 단일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는 가장 많은 액수다.

김시우는 ‘최연소 기록’ 제조기다. 2012년 당시 안양 신성고 2학년이었던 그는 최연소의 나이(만 17세5개월6일)로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했다. 퀄리파잉 스쿨이란 일종의 기량 검증시험 같은 것으로, PGA 투어의 경우 6라운드 성적을 합산해 상위 30명에게만 1부 투어 진출 자격을 준다.

김시우는 또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만 22세 이전에 PGA 투어 통산 2승을 챙겼다. 22세가 되기 이전에 PGA 투어 2승을 거둔 선수는 이제까지 타이거 우즈(미국)와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조던 스피스(미국) 등 3명뿐이었다.

김시우는 6세 때 아버지의 권유로 클럽을 잡았다. 아버지 김두영(62)씨에게 골프를 배웠다. ‘시우(施佑)’란 이름은 그의 할머니가 베풀고 돕고 살라는 뜻으로 지어 주신 것이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되면서 일찌감치 ‘골프 신동’으로 불렸다. 그러나 PGA 투어의 벽은 높았다. 2014년과 2015년에는 2부인 웹닷컴투어에서 뛰다 지난해 1부 투어에 다시 입성했다.

김시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타이거 우즈를 가르쳤던 숀 폴리(미국)를 코치로 영입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엔 허리 부상으로 고전했다. 앞선 18경기에서 그는 7차례나 컷 탈락했다. 4차례는 중도에 경기를 포기했다.

돌파구를 모색했던 지난 4월 마스터스를 제패한 세르히오 가르시아의 플레이를 눈여겨봤다. 그러곤 가르시아에게서 영감을 얻어 퍼트를 할 때 집게 그립을 시도했다.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지난달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공동 22위를 차지하며 올 시즌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냈다.

이번 대회에선 김시우의 배짱과 침착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악마의 17번 홀(파3·137야드)’에선 웨지를 잡고 티샷을 한 차례도 물에 빠뜨리지 않았다.

김시우는 “표정 변화가 없는 건 내 성격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골프와 궁합이 잘 맞는다”며 “파3 17번 홀에선 그린에 핀이 없다고 생각하고 샷을 했다”고 털어놨다. 세계랭킹 28위로 뛰어오른 김시우는 “꿈만 같은 우승이다. 이제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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