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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심으니 주위 10배에서 모래폭풍 잠잠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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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몽골의 심한 모래 먼지 폭풍은 언제든지 황사가 돼 한반도로 닥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록 기자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몽골의 심한 모래 먼지 폭풍은 언제든지 황사가 돼 한반도로 닥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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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황사가 과거보다 다소 약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몽골에선 여전히 심각합니다. 바람 기류가 바뀌면 언제든지 2002년이나 2006년 같은 강한 황사가 한반도로 들이닥칠 수 있어요." 

2000년부터 황사 방지를 위해 몽골에 나무를 심는 시민단체 ‘푸른아시아’의 오기출(56)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민단체 '푸른아시아' 18년째 몽골에 나무 심기 #오기출 사무총장, 경험 담은 책 '한 그루…' 발간 #황사 막으려 축구장 795배 면적에 58만 그루 심어 #"그래도 몽골 모래폭풍 심각, 언제든 한반도 닥쳐" #몽골 주민 자립모델로 2014년 유엔 환경상 수상도 #"미세먼지, 국정 최우선 과제 삼아야 중국도 협조"

최근 몽골과 중국 북부에서 황사가 불어오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중국발 스모그로 인한 피해까지 겹치면서 시민들은 정부에 확실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다른 후보들도 미세먼지 대책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 가운데 오 사무총장이 최근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는 제목의 책을 냈다. 몽골 조림사업의 경험과 환경 운동에 몸담으며 느낀 것들을 정리한 책이다. 책 제목 『한 그루…』는 몽골의 오래된 속담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몽골의 사막화가 심각해지자 지난 2006년 몽골의 큰스님이 새해 메시지로 이 속담을 꺼내어 사람들에게 나무 심기를 강조하기도 했다.

몽골에서 관찰되는 모래먼지 폭풍[사진 푸른아시아]

몽골에서 관찰되는 모래먼지 폭풍[사진 푸른아시아]

푸른아시아가 18년째 몽골에서 나무를 심고 있지만 몽골에선 여전히 모래폭풍이 심각하다고 한다. 올해에만 벌써 15~16회 정도 모래폭풍이 발생했다. 지표면에서 300m 높이까지 이르는 거센 모래 폭풍이 발생한다. 모래 폭풍 속에서 유목민이나 가축이 길을 잃고 헤매다 목숨을 잃기도 한다.
몽골의 사막화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1990년에만 해도 사막 또는 사막화 진행  지역이 국토의 40%였다. 이제는 80%로 늘었다.
1990~2010년 사이 20년 동안 몽골에서 호수 1166개, 강 887개, 우물 2900개가 사라졌다. 이제는 모래 폭풍도 연간 50일 이상 발생한다.

지난해 가을 첫 조림을 앞두고 몽골 아르갈란트 지역에서 주민들이 중장비를 이용해 딱딱한 사막 땅에 구덩이를 파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가을 첫 조림을 앞두고 몽골 아르갈란트 지역에서 주민들이 중장비를 이용해 딱딱한 사막 땅에 구덩이를 파고 있다. [중앙포토]

이런 추세를 되돌리기 위해 푸른아시아는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꾸준히 심었다. 그에 따르면 몽골은 공장도 없고, 인구도 많지 않다. 그런데도 사막화를 겪는 것은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탓이다. 한국 등이 몽골의 사막화 방지에 힘을 보태야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푸른아시아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서울·인천·수원·고양 등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의 후원으로 몽골에 나무를 심었다. 이뿐 아니라 나무를 주민 소득사업과 연결시켰다.
푸른아시아는 처음엔 나무를 심고 물을 주는 현지 주민에게 임금을 지불했다. 이제는 주미들이 스스로 감자와 채소·비타민나무(차차르칸) 등 농사도 같이 지어 자립하도록 돕고 있다.
오 사무총장은 “초기에는 심은 나무가 말라죽기도 했지만, 이제는 몽골 7개 지역의 580㏊에 약 58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게 됐다”고 말했다. 580㏊는 축구장 795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푸른 아시아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200㎞ 떨어진 바양노르 지역에서 120㏊에 걸쳐 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이의 10배 면적인 1200㏊에 이르는 지역에서는 모래먼지 폭풍이 사라졌다고 한다.

몽골 바양노르에 위치한 푸른아시아 조림지에서 주민들이 차차르칸 나무에 열린 주황색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2007년 조림을 시작하기 전 이곳은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곳이었다. [중앙포토]

몽골 바양노르에 위치한 푸른아시아 조림지에서 주민들이 차차르칸 나무에 열린 주황색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2007년 조림을 시작하기 전 이곳은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곳이었다. [중앙포토]

푸른아시아가 만든 주민 자립모델은 국제적으로도 인정 받아 2014년에는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으로부터 ‘생명의 토지상’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오 사무총장은 “나무를 심는 것은 온실가스를 줄이고 사막화를 방지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파괴’에서 ‘살림’으로의 인간 의식을 진화시키는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도 관심이 많다. 황사나 스모그 둘 다 결국은 미세먼지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발 스모그를 해결하려면 우리부터 미세먼지 문제를 첫 번째 국정과제로 삼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2014년부터 이미 이 문제를 제1의 국정과제로 삼고 전력투구하고 있다. 한국이 제대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은 "중국발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이 문제를 국정의 제1과제로 삼고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은 "중국발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이 문제를 국정의 제1과제로 삼고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중국 정부는 건강을 우려한 시민들이 반발해 정권이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산업화 전략의 하나로 석탄 사용을 줄이고 있다. 2020년까지 2조5000억 위안(450조 원)을 투자해 석탄 소비를 8억t 줄일 계획이다. 대기오염을 줄이고 청정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13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오 사무총장은 “우리 정부가 한·중 정상회담 때 미세먼지 문제를 주요 의제로 제기하려면 우리 스스로도 미세먼지 문제를 제1의 국정과제로 삼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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