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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강직성 척추염, 청춘의 허리 건강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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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전문의 칼럼 부산백병원 류머티스내과 김동욱 교수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에 익숙하고 운동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흔한 것이 허리 통증이다. 평생 살아가면서 60~90%의 사람이 요통을 겪는다고 하는 통계치도 있다. 허리에 통증이 지속하고, 휴식을 취해도 잘 사라지지 않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디스크’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디스크 외에도 다양한 척추질환이 요통의 원인일 수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 제대로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젊은 남성들에게 늘고 있는 척추질환 중 하나가 강직성 척추염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강직성 척추염 환자가 약 3만7000명(2015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에서도 남성 환자 수가 여성 환자의 2.2배에 달하고 20, 30대 환자가 40%나 차지한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 및 인대나 힘줄이 뼈에 붙는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질환을 말한다. 초기 증상은 허리 아래쪽이나 엉덩이 부위에 통증이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아침에 일어나도 허리가 뻣뻣함이 몇 시간 동안 지속할 수 있고 활동을 하면서 서서히 좋아진다. 수개월이 지나면 통증은 하루 종일 지속하고, 허리를 굽히고 펴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생긴다. 잠을 자는 도중 허리가 아파 깨기도 한다. 일부 환자는 척추관절 외 팔다리 관절에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만약 40세 이전에 아침 혹은 한 자세로 오래 있는 경우에 엉덩이나 허리 통증이 심해지고 뻣뻣해지거나, 일상생활이나 운동 후 통증이 호전되는 경우, 새벽녘에 등·허리 통증으로 잠을 깨는 경우가 3개월 이상 지속한다면 가까운 류머티스내과를 찾아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강직성 척추염의 발병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HLA-B27과 같은 유전적 요인(환자의 90% 이상이 양성)과 우리 몸의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긴 염증 물질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염증 물질이 척추와 관절에 통증을 유발한다. 오랜 기간 염증 때문에 관절의 움직임이 둔해지며, 척추 전체가 일자형으로 뻣뻣하게 굳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또 염증 물질이 척추관절 외에 장이나 눈·피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치료 목표는 완치가 아닌 증상 완화 및 기능 유지다. 또한 척추·관절 변형을 예방하고 포도막염, 염증성 장질환, 건선 피부질환 등 합병증 최소화를 목표로 한다. 강직성 척추염의 약물 치료는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를 기본으로 한다. 척추 외 관절 증상에는 스테로이드 및 설파살라진 등 경구용 약물이 사용된다. 이 약물을 사용해도 효과가 없으면 생물학적 제제인 주사제를 투여할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에게 생물학적 제제 주사 치료는 매우 중요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주사제가 등장해 치료 폭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아직까지 생소한 질환이다. 그래서 허리 통증과 엉덩이 통증을 자칫 흔한 허리 디스크로 오인해 조기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한번 관절의 변형이 시작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예방하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치료하면 정상적인 생활에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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