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구질한 요구 뭐 그리 많냐" 청와대, 崔대표 회담제의에 불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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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대표의 4자회담(대통령.국회의장.여야 대표) 제의에 대한 청와대 측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성사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은 18일 수석.보좌관 회의 직전에 "그 양반(崔대표)이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라며 "뭐 그렇게 구질구질한 요구사항이 많으냐"고 말했다.

문희상(文喜相)비서실장 주재의 이날 회의에선 "4자회담 제의치고는 崔대표의 비판 강도가 너무 심하고, 예의에 벗어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윤태영(尹太瀛)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尹대변인은 "성사 가능성은 50대50이지만 전화 한 통화 온다고 바로 회담을 할 순 없다는 기류였다"고 말했다.

꼬이는 양측 관계에는 崔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이 깔려 있다. 정무수석실 관계자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담 결과가 과연 야당에 그대로 수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장악력에 의구심을 표시하며 "선명성을 위해 청와대와 각을 세우고, 돌아가면 당내에서 뭇매를 맞는 회담은 정치공세에 멍석 깔아주는 격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정무수석실 관계자들에게 최근 "崔대표가 당과 지지층의 여론만을 너무 상전으로 모시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두고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청와대는 盧대통령이 3金체제의 비주류였듯 崔대표도 이회창(李會昌) 독주체제의 비주류였다며 기대를 가졌다.

두 사람 모두 불이익을 감수하며 대담하게 주고받음으로써 상생의 정치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崔대표가 "盧대통령은 신당에서 손을 떼고 당적을 이탈하라" "대통령으로 인정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하면서 청와대의 감정이 상했다. 柳정무수석은 "盧대통령과 崔대표는 수십년간 서로를 훤히 알아 온 YS.DJ와 달리 새롭게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할 사이"라며 "기본적 예의는 갖춘 뒤 회담을 요청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때문에 두 사람의 만남은 개혁입법, 정치개혁 등의 빅딜이 필요해질 정기국회 언저리에서나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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