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재벌 개혁, 北 비핵화 시급성 공감, 공공 일자리 81만 개 가능성엔 낮은 점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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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호 11면

10대 공약 시급성과 실행 가능성에 대한 평가

제19대 대선은 어느 때보다 정책선거의 중요성이 강조된 선거였다. 정책선거의 구현을 위해 매니페스토 선거운동 방식이 도입된 지 만 10년이 되는 해에 이뤄진 선거라는 사실 또한 정책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요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촉박한 일정, TV토론 방식의 한계 등으로 인해 정책선거 구현엔 한계를 보였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약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검증이 더욱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여성 차별금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80% 넘는 전문가 “시급” 응답 #최후순위 공약 사회안전대책 #전문가들은 “일자리만큼 급해”

문재인 대통령은 10개의 공약, 55개의 이행 방안, 167개의 구체적인 정책안을 담은 ‘10대 공약’을 내놨다. 10대 공약은 각 후보가 추진하고자 하는 공약의 우선순위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를 책임지는 대한민국(노동),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정치),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정치), 강하고 평화로운 대한민국(통일외교통상·국방), 청년의 꿈을 지켜주는 대한민국(경제), 성 평등한 대한민국(여성), 어르신이 행복한 9988 대한민국(복지), 아이 키우기 좋은 대한민국(교육), 농어민·자영업자·소상공인의 소득이 늘어나는 활기찬 대한민국(농림해양수산산업자원),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환경)의 순서로 10개의 공약을 제시했다.

이런 10대 공약의 우선순위 및 실행 가능성은 유권자들의 요구 및 선호와 얼마나 일치할까. 이에 답하기 위해 공약별 중요 이행 방안을 중심으로 114명의 정치학 전공자들의 평가를 조사했다. 그 결과 크게 두 가지 결론을 도출했다.

첫째, 문 대통령의 10대 공약의 우선순위는 전반적으로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우선순위와 부합했다. <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선적으로 추진할 상위 5개 정책 가운데 3개의 정책이 공통된다. 문 대통령과 전문가 모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및 검찰 개혁, 단계적·포괄적 접근으로 과감하고 근본적인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공약, 재벌의 불법 경영승계, 황제경영, 부당 특혜 등을 근절하는 재벌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비정규직 여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하겠다는 여성·노동 공약까지를 포함해 4개 공약 모두에서 80% 넘는 전문가들이 시급히 시행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근본적인 북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는 공약은 과반이 넘는 51%의 전문가들이 매우 시급히 시행돼야 할 정책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북핵 실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등으로 인해 경색된 남북관계와 위기 의식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문 대통령과 전문가 사이의 큰 차이를 보이는 분야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창출한다는 일자리 공약과 청와대 중심 재난대응 컨트롤타워 구축, 노후 원전 폐쇄 및 신규 원전 건설 중단이라는 사회안전대책에 관한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각각의 공약을 최우선 공약과 최후순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전문가들은 사회안전대책에 관한 공약을 시급히 시행돼야 할 상위 5개 정책에 포함하고 있으며, 일자리 공약은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의 경우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에 대해 ‘시급히 시행돼야 한다’는 비율이 절반을 훨씬 높았지만 ‘시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 역시 30%가량 됐다.

사회안전에 관한 공약은 ‘시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23%에 그쳤다. 문 대통령과는 대조적으로 전문가들은 사회안전대책과 일자리 창출에 대해 유사한 수준으로 시급히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오히려 사회안전대책에 대한 공약이 더욱 시급히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전문가들은 대체로 문 대통령 공약의 실행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다만 공공 일자리 81만 개 창출과 같은 이행 방안에 기초한 일자리 정책에 대한 실행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우선 1점부터 10점까지의 점수로 평가된 공약의 실현 가능성 지수에 따르면, 10대 공약 가운데 8개의 공약이 중간에 해당하는 5점 이상의 실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창출, 북한 비핵화 추진 공약만이 5점 이하의 실현 가능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흥미로운 점은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 추진 공약이 두 번째로 시급히 처리돼야 할 공약으로 간주하면서도 그 실행 가능성은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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