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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정상화, 비정규직 정규직화, 재벌 투명성 강화 시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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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호 10면

정치학자 114명이 답했다 …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우선과제 1위는

정당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청년고용할당제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 11일 글로벌 취업 상담회장을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뉴시스]

정당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청년고용할당제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 11일 글로벌 취업 상담회장을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적폐 청산을 외쳤다. 새 출범과 동시에 적폐 청산은 구호가 아닌 국정 개혁의 주요 과제로 자리 잡았다. 중앙SUNDAY는 한국정당학회(회장 류재성 계명대 교수)와 공동으로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개혁의 우선 과제는 무엇인지, 정책의 우선순위는 어디에 둬야 할지를 집중 조명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정당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지난 10~11일 온라인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총 114명이 설문조사에 응했다. 우선 문 대통령의 10대 공약을 중심으로 각 공약의 실행 우선순위와 실현 가능성을 평가했다. 개헌의 필요성과 방향, 외교안보, 대북 관계, 복지, 교육, 노동 등 분야별 개혁의 우선순위가 무엇이 돼야 할지 물었다. 조사 결과 분석은 가상준(단국대)·강원택(서울대)·서현진(성신여대)·한정훈(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정치학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치개혁 과제로 검찰 개혁을 꼽았다. 설문에 응한 114명 중 57명(50%)이 검찰 개혁을 1순위로 선택했다. 이어 선거제도 개혁(16%), 청와대 비서실 권한 축소 및 내각 중심의 국정운영(14%), 국정원 개혁(11%), 정당 민주화와 국회 개혁(9%)의 순이었다. 대통령 탄핵 정국을 관통하면서 탄생한 새 정부에 어느 때보다 정치개혁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거세다는 걸 입증한 셈이다.

특사 파견해 남북관계 회복 56% #제재 동참, 경제협력, 정상회담 순 #외교선 4강 다자협력이 1순위 #미·중 균형 > 對미·중 관계 개선 #노동시간 단축 통한 일자리 창출 #저출산 해결 위한 보육 지원 등 #분야별 우선 과제로 꼽아

이번 설문에 응답한 정치학자의 절반(56%, 63명)은 문재인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하는 대북정책으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와 특사 파견을 꼽았다. 북핵 위협이 고조되고 있고, 이로 인한 중국과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갈등 문제를 풀려면 우선 경색돼 있는 남북관계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및 국제사회 대북제재 동참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경제협력(16%)이 뒤를 이었다. 북한에 대해 당근과 채찍 전략을 병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선 기간 내내 논란이 됐던 남북 정상회담 추진(6%)은 우선순위에서 다소 비켜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학자들은 또 새 정부가 우선해야 하는 외교안보 정책으로 4강 다자협력 외교(50%)를 꼽았다. 미국·중국과의 관계뿐 아니라 일본·러시아와의 외교관계도 중요하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 국가에 치우친 외교정책보다는 주변 강대국과의 유기적이고 입체적인 협력 체제 구축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미·중 간 균형자적 역할이 필요하다(25%)는 응답이 대미 관계 개선(14%), 대중 관계 개선(12%)보다 높았다는 점이다. 학자들의 이런 인식은, 통일을 위해서는 미국·중국· 일본·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상황 인식을 반영한 결과로 보여진다.

가장 우선시돼야 할 교육개혁으로는 공교육 정상화 및 사교육 축소(72%)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높은 사교육 비용으로 인한 부작용과 폐단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과 공교육의 정상화가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자사고 폐지 등 고교 서열화 해소(18%), 무상교육 확대(6%), 교육학제 개편(0.9%) 등이 꼽혔다. 기타 의견으로 교육부 폐지, 교육부 해체 및 수시 수능 응시, 학벌제도 개혁, 전교조 폐지 등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복지정책으로는 저출산 해결을 위한 보육 지원(45%)을 들었다. 이어 청년지원 제도 확대(36%), 고령인구 지원을 위한 기초연금 확대(13%), 조기 퇴직자를 위한 지원 확대(5%) 등이 뒤를 이었다. 높은 보육비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저출산 문제 해결이 중요한 이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동개혁과 관련해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30%)를 가장 우선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이어 동일노동·동일임금(26%)이 뒤를 이었는데, 새 정부가 비정규직 격차 해소에 앞장서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 비정규직 차별 금지 특별법의 필요성을 주장했는데 이에 대한 시행 여부가 관심을 끈다. 이 밖에도 ▶법정 근로시간 준수 및 초과 근로수당 확보(20%)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15%), 노동유연성 강화(9%)를 시급한 과제로 들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선시돼야 하는 정책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청년고용할당제(30%) ▶신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26%)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25%) ▶민간부문을 통한 일자리 창출(19%) 등의 순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의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해 민간부문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정치학자들 역시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현실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대기업 정책으로 응답자들은 재벌의 투명경영 강화 및 경제력 집중 방지(41%)를 1순위로 꼽았다. 또 ▶중소기업 지원 강화와 불공정 거래 개선(36%) ▶법인세 인상(1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서 드러났듯 재벌의 불법 경영승계, 황제경영, 부당 특혜 근절 등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감안한 선택이다. 반면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4%에 불과했다.

환경 부문에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 해결(64%)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최근 미세먼지로 인해 대기오염이 악화되고 호흡기 질환이 많아지면서 발생한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 결과다. 중국발 미세먼지, 화력발전소, 자동차 배기가스 문제 해결이 무엇보다 필요한 환경개선 정책임을 말해준다. 응답자들은 또 노후 원전 폐쇄 및 신재생에너지 전환(27%)도 우선 추진돼야 할 과제라고 답했다. 녹조 문제 해결 등 수질 개선(5%), 메르스 등 감염 질병 관리체계 개선(4%) 등도 제기됐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 과제 중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응답자의 31%가 빈부 갈등을, 27%는 이념 갈등을 들었다. 세대 갈등이라고 답한 사람도 24%였다. 반면 수도권-지방 갈등(7%), 노사 갈등(3%), 영호남 갈등(3%)은 상대적으로 심각성이 덜한 것으로 조사됐다. 새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양극화, 진영논리,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세대 갈등임을 강조하고 있다.

가상준 단국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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