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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극동 협력 확대” 약속에 푸틴 “특사 직접 맞겠다” 화답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협력을 요청하고, 러시아가 원하는 극동개발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특사는 내가 직접 맞이하겠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푸틴 러시아 대통령 20분 간 첫 통화 #러시아 정상, 한국 대통령 취임 축하 전화는 최초 #文, 북핵 협력 요청 “남북대화·6자회담 조기재개 모색” #미중일러 정상과 '전화외교' 일단락 "조기 특사 파견"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부터 20분 동안 진행된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세 가지 중점과제를 제시했다. 첫째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러 간 전략적 소통 강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 도발을 멈추고 비핵화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러시아 측의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남북대화와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모색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그 간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군사 행동 등에 반대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자고 주장해왔다.

문 대통령은 두번째로 “북극항로 공동개척과 에너지 협력 등 신성장 분야에서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러시아가 기다리던 메시지는 세번째로 나왔다. 극동 개발 협력이다. 문 대통령은 “양국간 극동지역 개발협력을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며 “시베리아 천연가스관이 한국까지 내려오고, 한국의 철도망이 시베리아 철도망과 연결되는 시대가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하며, 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극동 지역 개발은 러시아가 집중하고 있는 국가 발전계획의 핵심이다. 외국인 이민, 외국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정부 전체가 발벗고 나서고 있다. 외교가 소식통은 “러시아는 일본보다도 한국이 극동 개발 협력에 더 적합한 파트너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지리적인 요인도 있지만, 잿더미에서 지금의 발전을 일궈낸 한국의 경험이 극동 개발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를 반갑게 받아들였다. 문 대통령이 조속한 시일 내에 러시아에 특사를 파견하겠다고 밝히자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특사단을 직접 접견하겠다”고 약속했다. 양 측은 상호 방문을 초청했고,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기로 했다.

러시아 측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보낸 특사를 대통령이 직접 만난 적이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08년 1월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을 러시아 특사로 보냈는데, 이 의원은 푸틴 대통령을 접견하지 못한 채 세르게이 프리호드코 러시아 대통령 외교정책 보좌관을 만나 친서를 전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푸틴 대통령이 특사를 직접 만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로 러시아로서는 큰 배려를 표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외교부 장관도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한국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전화를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특사로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사실상 정해졌다.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를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주변 4강 정상과의 전화외교를 모두 마무리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북핵 문제가 가장 중요한 현안이고 국민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인식 하에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4개국 정상과 즉시 통화를 하고 상호간 방문과 특사단 파견을 통해 실질적 대화를 진행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위문희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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