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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미당·황순원 문학상] 소설가 최 윤 vs 시인 김혜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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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소설가 최윤

▶53년 서울 출생 ▶소설집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속삭임 속삭임', 장편소설 '겨울, 아틀란티스''마네킹' ▶92년 동인문학상, 94년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후보작 '2마력 자동차의 고독'

*** 시인 김혜순

▶55년 경북 울진 출생 ▶79년 문학과지성 통해 등단 ▶시집 '우리들의 음화''나의 우파니샤드, 서울''불쌍한 사랑기계' ▶97년 김수영문학상, 2000년 소월시문학상 ▶미당문학상 후보작 '얼음의 알몸' 외 12편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나란히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의 문을 두드린 소설가 최윤(50.사진(左))씨와 시인 김혜순(48.(右))씨는 사이가 각별하다. 서로 데면데면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1980년대 중반 '문학과 세상을 어떻게 읽어야 하느냐'는 간단치 않은 문제에 답을 구하기 위해 결성된 독서 토론 모임을 함께 하며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올 들어서는 계간지 '파라 21'을 함께 만들며 본격적인 '문학 동지'가 됐다. 공유한 세월에 비례해 두사람은 서로의 작품을 이해하게 됐고 이제는 둘도 없는 조언자다.

최씨가 먼저 '얼음의 알몸' 등 김씨의 미당문학상 후보작들에 대해 "어떤 변화, 선회가 있는 것 같다. 시가 덜 난해해진 것일까? 내가 익숙해진 것일 것이다. 항상 왜 이 조그만 여자의 고통이 이리 깊고 시간성이 아득한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즉각 "최씨의 이번 후보작 '2마력 자동차의 고독'은 직선적 서사를 선호하는 독자들에게는 큰 점수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되받았다. '2마력…'은 한 여간호사가 경험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일목요연한 법칙을 끌어낼 수 없는, 분산된 점들의 집합으로서의 인생'을 그렸다. 에피소드들은 뚜렷한 목적 없는 3개월간의 프랑스 체류, 고등학교 졸업 직후 한달간의 가출, 시한부 암환자의 최후를 목격한 경험, 집 사려는 사람 행세를 하며 남의 집 세간을 엿보는 기(奇)취미 같은 것들이다.

김씨는 "'2마력…'은 시루떡 같은 여러 층이 있고, 각 층간은 '코드'로 연결된 작품이다. 에피소드가 직선적으로 나열되지 않다보니 소설이 한가지 얘기만을 하지 않는다. 한가지 얘기만 해야 한다면 소설가는 소설을 쓸 필요가 없을 것이고, 사실 우리의 삶.기억.인생이라는 게 그리 단순하지 않다"고 평했다.

최씨는 다시 시 얘기를 꺼냈다. "'얼음의 알몸'을 읽다보면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얼음의 맨살을 만지는 느낌이 든다. 소름이 돋을 정도다. 시의 리듬과 호흡, 언어적 선택, 문장구조 등이 합쳐져 언어의 절정에 이르는 김씨의 시는 독자들을 이상한 곳으로 끌고 간다"고 평했다.

김씨는 "소설을 시적이라고 말할때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문체가 시같다고 해서 시적인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니다. 텍스트 의미의 진폭이 커 암시의 그물을 형성할 때 소설을 시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최씨의 소설을 겨냥하자 최씨는 "김씨의 시에서 배운 것"이라고 응수했다.

글=신준봉, 사진=신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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