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국민 정서, 위안부 합의 수용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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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틀 만인 11일 미국·중국·일본 정상과의 ‘전화 외교’를 마무리했다. 순서는 미국(10일)에 이어 중국·일본(11일) 순이었다.

아베와 25분 통화, 파기 얘긴 안 해 #고노·무라야마 담화 계승·존중 강조

문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첫 전화 통화에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국민의 정서와 현실을 인정하면서 한·일이 공동으로 노력하자”고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35분부터 25분 동안 이뤄진 통화에서 아베 총리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으로 위안부 합의를 착실히 이행해나가길 기대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어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민간 영역에서 일어난 문제에 대해 정부가 나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국 간 최대 갈등 현안인 위안부 합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했지만 후보 시절 주장했던 ‘재협상’이나 ‘파기’를 언급하진 않았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재협상’ 언급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직접 언급한 바는 없다”고 답했다. 또 소녀상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아베 총리에게 “과거 일본 지도자들께서 (밝힌)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김대중-오부치 공동성명의 내용과 정신을 계승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처음 인정한 고노담화(1993), 식민지배에 대해 처음 공식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1995)는 정부가 그간 일본에 역사 직시를 촉구하며 기준으로 들었던 ‘모범답안’ 격의 담화였다. 또 김대중-오부치 선언(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1998)은 일본 측이 식민 지배를 사과하고 한국 측은 이를 평가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명시, 한·일관계 발전의 초석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양국 정상은 통화에서 “빠른 시일 내에 직접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상호 방문 의사를 밝혔다. 박근혜 정부 당시엔 2015년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차 아베 총리가 방한 한 것 외에는 상호 방문을 통한 양자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 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는 그 문제대로 양측이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며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대응과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노력은 별개로 병행해나가자”고 언급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미·중·일 정상에 이어 이날 오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도 통화했다. 문 대통령은 모디 총리가 전날 한국어로 취임 축하 트윗을 올린 데 대해 “잘봤다. 감사드린다. 인도가 글로벌 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문 대통령의 조속한 인도 방문을 요청하면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7월 독일 ) 등 다자회의를 계기로 양자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

유지혜·위문희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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