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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9세 엄마들, 인터넷서 출산 공개 … 정보 교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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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해 생긴 리틀맘들의 싸이월드 홈피는 현재 회원이 3000명을 넘어섰다.

인천에 사는 김모(18)양은 지난해 5월 엄마가 됐다. 고교 1학년 때 만난 남편(19)과 고민 끝에 출산을 강행했다. 처음에 펄펄 뛰던 양가 부모도 아이를 보자 요즘 태도가 누그러졌다. 현재 시댁에서 살고 있는 김양은 "아직 어리지만 아이를 훌륭히 키워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김양의 경우처럼 최근 청소년기(15~19세.여성부가 분류한 기준)에 아이를 낳아 키우는 '리틀맘(little Mom)'이 늘고 있다.

◆ "인터넷 통해 육아 정보 교환"=리틀맘은 출산 사실을 밝히고 사실상 결혼 생활을 하는 어린 엄마를 뜻하는 신조어다. 이들은 남편과 함께 아이를 양육한다는 점에서 편모인 '미혼모'와는 개념이 다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4년에 출산 보험금을 받은 청소년들은 2600여 명이다. 통계에 안 잡힌 인원까지 포함하면 실제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입양단체 등에서는 이 중 3~4%가량은 양육을 선택하는 리틀맘으로 추산했다.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조아미 교수는 "이성을 사귀는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으로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틀맘은 임신 후 학교를 그만두고 시댁.친정이나 부모님이 얻어준 별도의 집 등에서 사실상 결혼 생활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남편은 대부분 학생이거나 자퇴 후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를 댄다. 혼인신고는 뒤로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의 출생신고는 할아버지 등의 호적에 올린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육아 정보를 교환하는 등 공개적인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인터넷 싸이월드에 만들어진 리틀맘 클럽의 경우 회원 수가 꾸준히 늘어 현재 3000명을 넘어섰다. 이 클럽은 매달 '예쁜 아가'를 뽑고, 개인 사진을 올리는 등 리틀맘들의 공개 무대로 자리 잡았다. 클럽 운영자 이모(18)양의 육아일기 홈피의 경우 하루 방문객이 2000명을 넘는다.

◆ "책임 있는 부모 될 수 있을까"=이모(23.여)씨는 2001년 18세의 나이로 아이를 낳았다. 이씨와 남자친구는 양가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중퇴한 두 사람이 안정된 직업을 구하기란 불가능했다. 이씨는 낮에 아이를 놀이방에 맡기고 식당 일을 했지만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점점 양육이 힘들어져 결국 지난해 아이를 아동복지시설에 맡겼다. 아이를 낳은 뒤 3~4년 만에 양육을 포기하는 리틀맘이 적지 않다는 게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모(24)씨도 고3 때 애를 낳았다가 2년 만에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다. 허드렛일을 하며 지방을 전전하다 보니 여섯 살짜리 아들은 거의 방임 상태다. 주민 신고로 김씨 아들을 상담했던 사회복지사 최모씨는 "어린 아이에게 몇 년째 인스턴트 식품만 먹여 영양실조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부모가 정서적으로 성숙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어야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10대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강현 기자, 강은나래 인턴기자(연세대 4년)

*** 외국도 '10대 엄마' 골머리

직업 교육, 엄마 수업 …일탈 막기 지원책 부심

입양전문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 관계자는 "충동적으로 양육을 결심했다가 2~3세 된 아이를 다시 입양시키려는 리틀맘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성년자인 리틀맘이 교육적.경제적 측면에서 책임 있는 부모로서의 자질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학교를 자퇴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없어 사실상 아이를 방치하면서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사회복지회 이미라 부장은 "무엇보다 리틀맘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별도의 양육시설을 마련해 주고 직업교육도 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구의 경우 1980년대부터 이들의 지원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리틀맘이 사회적으로 적응을 잘 못해 일탈행위를 일으킬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선 학교에서 10대 양육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청소년들은 전담 의료서비스 등을 무료로 이용해 임신 기간에도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일부 공립학교는 교내에 탁아소를 설치해 출산 후에도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했다. 스웨덴은 아동복지관을 지정해 10대 엄마에 관한 상담 및 후견을 전담하고 있다. 아이를 양육하는 청소년에겐 주택마련 자금 등을 국가에서 무이자로 빌려주고, 분만 시 입원진료비 등을 포함하는 출산수당을 지급한다. 이밖에 독일.영국.덴마크 등도 아동수당, 주거비.생활비 보조, 양육비 지원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리틀맘들의 사회적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강현 기자

*** 바로잡습니다

2월 13일자 14면 '숨기지 않는 리틀 맘' 기사에 인용된 청소년 전문가들의 "부모가 정서적으로 정숙하고…"라는 코멘트는 "부모가 정서적으로 성숙하고…"를 잘못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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