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문재인] 짧은 기간 보수 표심 결집한 홍준표 “한국당 복원 만족, 선거 결과 수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개표율이 10% 선을 넘어선 9일 오후 10시28분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 2층 상황실에 들어섰다. 입구까지 꽉 들어찬 지지자들의 박수가 쏟아졌고 “홍준표~, 홍준표~”를 연호했다. 홍 후보는 애써 웃음 띤 얼굴로 당직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날 방송 3사 출구조사는 문 후보 41.4%, 홍 후보 23.3%로 예측했는데 이는 10% 중·후반대를 기록했던 마지막 여론조사 지지율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었다.

탄핵 악재 딛고 득표율 2위 #안보 이슈 선점, 감세로 우파 공략 #“세탁기에 돌려야” 직설화법 화제 #당 관계자 “재기의 기반 마련”

홍 후보는 “출구조사 때는 19%(포인트) 차이가 났다. 그런데 지금 보니 한 10%가 줄어서 8~9% 차이로 돼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선 기간 내내 여론조사가 정확한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표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출구조사가 사실이라면 자유한국당을 복원하는 데 만족하겠다. 이번 선거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패배 승복 선언이었다.

비록 패배했지만 홍 후보는 짧은 대선 기간 보수 표심을 결집시키며 선전했다. 당 안팎에선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일단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관련기사

홍 후보는 3월 18일 대통령 선거일을 52일 앞두고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한국갤럽 조사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은 6%에 불과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기 직전 한국갤럽의 5월 1주차 조사에선 지지율이 16%까지 오르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0%)를 4%포인트 차로 추격했다. 그러곤 실제 대선에서 안 후보까지 제치고 20%를 훌쩍 넘는 득표율 2위를 기록했다.

홍 후보는 대선 초반부터 ‘40% 득표’ 전략에 집중했다. 흩어졌던 보수표를 모으면 3자 구도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확고한 한·미 동맹과 북한의 주적 규정으로 안보 이슈를 선점했고 강성 귀족노조·전교조 척결, 기업의 자유와 감세 등 우파 가치의 지향점을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보수층을 집중 공략했다. “집권하면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겠다” 등 특유의 직설화법은 화제를 모았다. “친북좌파 집권만은 막아야 한다” “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씨가 상왕(上王)이 된다” 등 경쟁 후보에 대한 맹공은 보수층의 결집을 가속화시켰다.

홍 후보가 대선후보로 거둔 성과에 대해 당내 이견이 거의 없다. 이철우 총괄선대본부장은 “홍준표 후보가 당을 되살려놓았다. 잠재된 보수 표심이 이렇게 크고 한국당을 지지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업적”이라고 말했다. 김선동 선대위 상황실장도 “당이 정권을 넘겨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국민들 앞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서도록 노력하겠다. 홍 후보가 그 기반을 마련해준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선거 막판 복당시킨 바른정당 탈당 의원 13명과 서청원 등 친박계 핵심 의원 징계 해제 문제는 대선 이후 당내 갈등의 불씨로 남았다.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기자들에게 “일단 후보 의지로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어떻게 하겠느냐”면서도 “절차와 규정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니 선거 이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박성훈·백민경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