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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당선까지 '위기의 순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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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대문’ ‘홍찍문’ ‘투대문’….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국민 입에 오르내린 신조어들이다. 각각 ‘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니 안철수를 찍어야 한다)’ ‘투표해야 대통령이 문재인’이란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 경선 때부터 대선 본선 레이스까지,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렸다. 문 당선인 지지자들의 ’어대문‘이란 자신감은 이에 근거했다. 하지만 당선 때까지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만큼 견제도 많았다. ‘홍찍문’은 그 같은 ‘반문(反文)’ 정서를, ‘투대문’은 이에 대한 ‘친문(親文)’의 위기감을 반영했다. 선거기간 문 당선인이 겪은 위기의 순간들을 정리했다.

1. 안희정 충남지사의 도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을 내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선일을 발표하고 불출마를 선언했고, 유력 잠룡으로 꼽혔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그보다 앞서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당시 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선 문재인 당선인의 대권가도는 탄탄해 보였다.
하지만 ‘대연정’을 내세워 경선 레이스에 합류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도전이 의외로 거셌다. 20~30대 지지층이 두꺼운 데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등 ‘우클릭’으로 지지율이 20% 초반까지 급상승했다. 안 지사는 그러나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해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 발언 탓에 추락했다. 지지율이 급락해 경선 2위를 기록했고, 결국 대권 도전에 실패했다. 안 지사는 이후 간담회에서 “반드시 국민이 염원하는 정권교체를 이뤄달라”며 문 당선인 지지를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문재인 대통령과 안희정 충남지사.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문재인 대통령과 안희정 충남지사. [중앙포토]

2. 다시 불거진 아들 채용 ‘특혜 의혹’

대선 때마다 유력 후보로 꼽혔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의원은 1997년 아들의 병역기피 논란, 2002년 병역기피 ‘은폐’ 논란으로 낙마했다. 문재인 당선인도 한때 비슷한 위기를 맞았다. 2007년 처음 불거진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논란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06년 입사시험 딱 하루 전, 딱 한 매체에만 채용공고를 냈다. 여기에 준용씨를 포함해 2명이 지원해 2명이 모두 채용됐다. 이 배경에 준용씨에 대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다.

지난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 함께 단상에 섰던 아들 준용씨(왼쪽). [중앙포토]

지난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 함께 단상에 섰던 아들 준용씨(왼쪽). [중앙포토]

10년이 지난 이번 대선 때 이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특히 당시 준용씨가 냈던 응시원서가 기준에 부적합하며 졸업증명서가 최종기한을 넘겨 제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준용씨의 응시원서 사진은 귀걸이와 점퍼 차림이었다. 대개 정장 차림인 일반인들의 원서 사진과 달랐다는 점에서 특혜 의혹을 불렀다. 또 서류제출 최종일이 12월 6일인데, 문 씨가 학교에서 졸업예정증명서를 발급받은 날짜는 12월 11일이었던 점도 문제가 됐다. 국민의당은 “준용씨뿐 아니라 영부인(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의 친척 5급 권모씨, 대통령비서실 출신 1급 황모씨, 청와대 행정관 출신 4급 정모씨, 5급 박모씨, 노동부 과장의 딸 5급 권모씨 등이 특별한 배경을 바탕으로 채용됐다”는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문준용씨가 고용정보원에 제출했던 응시원서 사본. [중앙포토]

문준용씨가 고용정보원에 제출했던 응시원서 사본. [중앙포토]

 이에 문 당선인 측은 “증명서는 정보원에서 요구해 추후 제출한 것이며 2007년 고용노동부 감사 당시 특혜 채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3. 송민순 회고록의 나비 효과  

4월 24일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당시 총장(전 외교부 장관)이 손편지 사본 한 장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 말 발간한 회고록에서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때 북한의 입장을 물어본 뒤 기권 결정을 내렸는데, 여기에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문 당선인 측은 당시 이에 대해 “기권입장이 정해진 뒤 북한에 이를 통보한 것 뿐”이라고 반박했는데, 손 전 장관은 이를 재반박했다. “당시 기권 쪽으로 방향이 모이자 내가 이를 막기 위해 편지를 보냈다”고 주장하며 그 사본을 공개한 것이다. 편지대로라면 발송 전까지 우리 정부 측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셈이 된다.

출근길에서 손편지를 공개한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중앙포토]

출근길에서 손편지를 공개한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중앙포토]

타 후보 진영에선 손편지 공개 이후 “문 후보의 대북관(對北觀)에 문제가 있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일제 공세를 폈다. 반면 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하지만 편지 공개의 여파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한때 안철수 후보에 몰리는 듯 했던 중장년층 표심이 이 사건을 계기로 홍준표 후보 쪽으로 이동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편지 논란으로 촉발된 안보 이슈가 문 후보 측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효과를 낸 반면, 불안 심리 탓에 일부 보수층의 표심은 안 후보에서 홍 후보에게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4. 사과 부른 ‘동성애 반대’ 발언

 “반대합니다. (동성혼 결혼을) 합법화할 생각이 없습니다.”
문재인 당선인은 4월 23일 열린 제4차 TV토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홍준표 후보가 던진 동성애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대선 TV토론을 준비 중인 문재인 당시 후보. [중앙포토]

대선 TV토론을 준비 중인 문재인 당시 후보. [중앙포토]

포털과 SNS에선 이 발언 직후 “성소수자의 존재 여부를 찬반 논쟁으로 몰아갔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그간 문 후보를 지지해온 진보 진영도 술렁였다. 성소수자 단체는 물론 여성연합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이 성명을 내고 대선 후보자들의 차별ㆍ혐오 발언을 규탄했다. 두 후보의 문답에 대해 “찬성하고 반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 심상정 후보의 정의당엔 하룻만에 1억원이 넘는 후원금이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동성애 반대' 발언 이튿날, 성소수자 인권단체 회원이 기자회견 단상에 올라 항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의 '동성애 반대' 발언 이튿날, 성소수자 인권단체 회원이 기자회견 단상에 올라 항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 당선인은 나흘 뒤인 27일 “그분들께 아픔을 드린 것 같아서 여러가지로 좀 송구스럽다”고 공식 사과했다. 또 “그들이 주장하는 가치와 저는 정치인으로서의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또 심 후보의 말을 빌어 “동성애는 허용하고 말고 찬성하고 반대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의 지향이고 사생활에 속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문재인 (당시) 후보가 동성애 발언 뒤로 토론에서 단정적으로 말하기 보다 웃어 넘기거나 즉답을 피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5. SBS 세월호 관련 보도 논란

문재인 당선인은 세월호 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외면하던 때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함께 했다.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들 가운데 유일했다. 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2기 마련을 공약했다. 역시 대선 후보들 가운데 유일했다.
SBS가 5월 2일 세월호의 뒤늦은 인양 배경에 문 당선인과 해수부 간에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했을 때 큰 파문이 일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방송은 익명의 해양수산부 관계자가 “솔직히 말해 이거(세월호 인양)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거거든요. 해수부 2차관, 문재인 후보가 약속했거든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과 관련된 SBS 뉴스 보도 장면. [사진 SBS 캡처]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과 관련된 SBS 뉴스 보도 장면. [사진 SBS 캡처]

문 당선인 캠프는 물론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대해 ‘가짜 뉴스’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논란은 해수부 조사 결과 보도된 익명의 관계자가 3년차 7급 공무원으로, SBS가 동의없이 발언을 편집해 보도한 사실이 밝혀지며 일단락됐다. SBS도 보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사과했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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