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미정상회담 제안 보도 ‘사실무근’이라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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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를 조건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8일 일본 교토통신 보도와 관련, 정부는 9일 "미측이 확인할 사안이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미측은 북핵 및 북한문제와 관련한 어떤 결정, 조치에 있어서도 한국과 사전에 긴밀한 협의를 통해 추진할 것임을 거듭 강조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측과 국무부도 우리 측에 사실무근이라고 설명해왔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의 보도와 관련, 외교가 안팎에선 트럼프 정부 대북정책인 '최고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기조 가운데 '관여(대화와 협상)' 부분만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보도라는 게 중평이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겠다는 구체적 제안을 했다는 것은 미측이 '관여'에도 열려 있다는 점을 너무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의 압박과 관여’ 기조는 첫단계로 중국까지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를 강하게 압박하고, 이어 북한의 구체적인 핵포기 입장 표명이 있으면, 마지막 단계로 관여(대화와 협상)을 통해 김정은 체제 보장, 평화협정 체결, 북미관계 정상화 등 '통 큰 보상'을 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그런데 보도는 전체 그림 대신 마지막 단계만을 지나치게 부각시켰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대북 선제공격이나 원유공급 중단 등 첫단계 대북 압박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역시 전체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대북 압박을 위해 중국의 협조를 얻기 위한 일종의 '당근' 차원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 언급은 중국을 의식한 조치라는 얘기다.
 정부 당국자는 “대북 압박 국면에서 중국의 협조를 얻으려면 중국의 핵심 국가이익 중 하나인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지지해줘야 한다"며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열어놓음으로써 중국의 이같은 바람을 들어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방침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이런 방식으로 확인해줬다는 논리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지난 3일 국무부 직원을 대상으로 대북정책을 설명했을 때 발언내용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당시 틸러슨 장관은 미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나 붕괴를 꾀하지 않으며, 남북통일 을 가속화거나 북한 급변사태시 38선 이북으로 미군을 진군시킬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의 전체 그림을 놓고 보면 당분간 정상회담 등 북미간 대화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핵과 비확산’ 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가 대화를 검토라도 할 수 있으려면 북한이 우리와 동맹국에게 위협이 되는 불법적인 (핵·미사일)무기 프로그램 개발에 있어 그 위협을 줄이는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적절한 상황(under the right circumstances)’이라고 언급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핵심은 북한의 입장 변화"라며 "공공연히 핵 공격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북한과 지금은 대화를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 한·미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방미 구체적 제안? ‘관여(대화와 협상)’ 입장 자의적 해석” #대화 통한 북핵 해결 원하는 中에 대한 ‘당근’ 의미도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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