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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단 고음 소녀에서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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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호 30면

아이유의 컴백 앨범 ‘팔레트’의 수록곡이 음원 차트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타이틀곡 ‘팔레트’를 필두로 수록곡 상당수가 10위권 안에 들면서 소위 말하는 ‘줄 세우기’를 시전하고 있는 것이다. 수란의 ‘오늘 취하면’, 혁오 밴드의 ‘톰보이’같은 곡들과 동시에 경쟁하며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고는 있지만, 여러 곡이 최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트를 ‘장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유 4집 앨범 ‘팔레트’

이만한 사랑을 받는 데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단 아이유는 국민스타급으로 인지도가 높다. 인기 경쟁의 출발선이 다르다. 여기에 지드래곤, 오혁 등 한데 모으기 힘든 스타까지 앨범에 대거 참여해 역대 최고급 물량 공세를 퍼부었다. 이런 규모에 맞설 수 있는 가수는 빅뱅 정도이려나. ‘팔레트’는 사실상 초반 반응이 보장된 앨범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완성도는 어떨까. 화려한 피처링 명단과 팬들의 지원사격이 앨범의 완성도까지 보장해주진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앨범 완성도도 만만치 않다. 말 그대로 팔레트처럼 다채로운 음악색과 이야기를 한데 담아내겠다는 기획 아이디어가 탄탄하게 담겨 있다. 곡의 수준도 올 상반기 발표된 앨범 중 손에 꼽을 만하다.

앨범과 동명인 타이틀곡 ‘팔레트’부터 귀를 확 붙든다. 지드래곤의 참여로 화제를 모았지만, 그보다 주목해야 하는 건 아이유의 작사 실력이다. ‘좋은 날’ 부를 때는 참 예뻤다든가, 영국 싱어송라이터 코린 베일리 래의 음악을 여전히 즐겨 듣는다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대담하게 가사에 포함했다. 앨범 커버가 폴라로이드 사진인 걸로 보아 ‘솔직한 나’를 보여주는 것이 신작의 컨셉트인 듯한데, 그에 어울리게 투명도 높은 가사로 앨범 색깔을 선명하게 했다.

장르도 기존에 시도하지 않던 알앤비여서 신선하다. 아이유 하면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포크 발라드를 부르는 모습부터 떠올릴 법한데 그런 기대를 매력적으로 비켜갔다. 지난 미니 앨범의 수록곡 ‘스물셋’에서 반전이란 조커를 써버린 터다. 더이상 새로운 걸 내놓을 수 있을까 우려도 됐는데 한 뼘 스펙트럼을 넓혔다. 예상 밖의 음악을 한다는 건 창의적인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음악적으로 더 세련되어지겠다는 욕심을 가졌다는 건 대견한 일이다. 심지어 ‘팔레트’는 작곡도 아이유가 직접 했다.

비록 큰 사랑을 받고 있진 못하지만 더블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이름에게’도 주목할 만하다. 아이유의 진짜 강점은 오래되고 익숙한 것도 남다르게 해낸다는 것이다. 형식만 놓고 보면 늘 들어오던 한국형 발라드지만, 이 장르의 핵심이라 할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창력으로 승부하고 나섰다. 특히 후렴구는 가사, 멜로디, 가창력, 배경에 흐르는 스트링 모두 울림을 준다. 이종훈 작곡가의 구성력도 대단하거니와 앨범 내내 폭발적 고음을 자제하다가 마지막 트랙인 이 곡에서 왈칵 쏟아낸 아이유의 가창력도 압권이다.

다양성도 돋보인다. ‘이 지금’ 같은 재즈 풍 팝부터 ‘잼잼’ 같은 테크노 팝까지 공존한다. 1번 트랙부터 내리 들어도 지루하지 않다.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매력은 참여한 작곡가 명단의 다양함에서 기인했다. 신시사이저를 가득 사용한 개성 강한 곡 ‘잼잼’은 언더그라운드 성향을 가진 선우정아와 윤석철의 작품이고, 어른스럽고 구성진 비애를 뿜은 ‘그렇게 사랑은’은 대선배 이병우의 선물이다. 단아한 목관악기로 고전적 아름다움을 뽐낸 ‘마침표’는 작년에 발표한 정미조의 앨범 ‘37년’에서 두각을 나타낸 손성제의 솜씨다. 세대와 장르를 막론한 섭외덕에 앨범이 풍성해졌다.

아이유는 이번 앨범에서 프로듀싱까지 맡았다. 누구에게 곡을 받고 누구와 콜라보할 지, 사진은 어떻게 찍고, 아까 그 곡을 다시 녹음할지 말지를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이끌었다는 뜻이다. 이제 아이유는 단순히 노래 잘하는 삼단 고음 소녀가 아니다. 앨범 전반의 완성도를 높일 재량을 갖춘 훌륭한 싱어송라이터이자 ‘앨범의 지휘자’로 성장했다. 이번 앨범 ‘팔레트’는 지난 앨범 ‘챗-셔’의 연장선인 동시에 그 반전과 완성도가 일회성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

글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 dae-hwa82@hanmail.net
사진 페이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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