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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교향악단이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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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국을 대표하는 국립 교향악단이 3월 4일 서울을 찾아온다. '중국 국립 교향악단'의 창단 50주년 기념행사다.

국립 교향악단의 내한공연은 엄밀히 말해 이번이 두번째다. 국립으로 승격되기 전인 1993년 '북경 중앙 교향악단'이라는 이름으로 첫 내한공연을 했다. 세종문화회관과 부산시민회관에서 라흐마니노프'피아노 협주곡 제3번'(협연 공샹동)과 이환지 '봄의 제전 서곡'등을 들려줬다.

한.중 수교 이듬 해 첫 내한한 중국 교향악단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지만 별다른 감동을 주진 못했다. 음악평론가 이강숙씨는 '대륙적 기질은 느껴졌지만 세련미는 부족했다'고 썼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는 연주 일정은 물론 연주 곡목까지 정부에서 지정해 줬다. 단원들은 입단 후 은퇴까지 연공 서열을 보장받는 '철밥통'이었다. 연주 기량은 뒷전이었고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밤에는 호텔에서 무드 음악을 연주해야 했다.

그 후 13년간 많은 게 달라졌다. 중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과 함께 음악 시장이 커졌고 오케스트라도 면모를 일신했다. 중앙 교향악단은 96년 '국립'으로 승격됐다. 전혀 새로운 교향악단이 탄생했다. 단원 절반을 물갈이하는 대대적인 오디션과 함께 성과급에 따른 연봉제를 도입했다. 해외에 유학한 실력파 단원들을 적극 영입했다. 미국과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인 지휘자를 음악감독으로 초빙했다. 첸주오황, 무하이 탕에 이어 2002년 리신차오(35.사진 (右))가 수석 지휘자로 임명됐다.

리신차오는 31세의 나이로 중국 국립 교향악단의 수석 지휘자가 됐다. 베이징 중앙음악학원 출신인 그는 93년 제1회 중국 지휘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97년 브장송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하면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99년 빈 국립음대 유학을 마치고 귀국, 중국 국립 교향악단의 전임 지휘자와 중국 중앙 발레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를 맡았다.

중국 국립 교향악단은 베이징 콘서트홀(1147석)을 주무대로 활약해 왔다. 1927년 개관한 영화 상영관 '중앙전영원(中央電映院)'을 60년에 개조한 공간이다. 66~76년 문화혁명 때 '부르주아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건물 일부가 파괴되기도 했다. 3800 위안(약 50억원)을 투입한 2년간의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를 거쳐 2005년 초 재개관했다. '중국의 카네기홀'이라 불릴 정도로 음향이 좋은 공연장이다.

이번 내한공연의 레퍼토리는 탄생 100주년을 맞는 쇼스타코비치, 탄생 250주년을 맞는 모차르트로 골랐다. 피아니스트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서울대 교수)씨 등이 협연한다.

■공연메모=3월 4일 오후 3시, 5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4일 모차르트'피가로의 결혼 서곡''피아노 협주곡 제23번',쇼스타코비치'교향곡 제5번', 5일 관샤'교향적 서곡 제1번', 쇼스타코비치'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모차르트'교향곡 제40번'. 02-2068-8000.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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