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나쁜 짓 하기 전에 혼낸다” 美 ‘행동지향적 조치’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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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인 '최고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의 이행을 위한 액션플랜의 기본 방향을 과거 '도발하면 벌을 준다'는 입장에서 '미리 혼을 내서 도발하지 못하게 한다'로 전환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북한이 나쁜 짓 한 뒤에야 움직이는 수동적 대응 끝났다” #미·중, 대북 추가 제재 벌써 협의…6차 핵실험시 곧바로 시행 #트럼프, 중국 이어 아세안 국가들 공략…北 외교고립 전략

 이른바, 북한 도발에 대한 ‘반응적·수동적 대응(reactive)’에서 ‘선제적 대응(proactive)’으로 기본 방향을 바꾼 것으로, 한·미·일은 이를 '행동지향적 조치'라고 부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본지에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국제사회가 북한이 도발한 뒤에야 대응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며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 인식"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핵심은 북한이 도발하기 전에 혼을 내서 더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국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대북정책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누구도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한 적이 없다"며 “제재 위반 기업 또는 개인이 있다면 해당 국가에 문제 해결을 요구할 것이며, 만약 해당 국가가 해결하지 않거나 국내정치적 이유로 인해 해결을 꺼리면 우리가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동지향적 조치'를 세컨더리 제재(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 및 개인 제재)까지 동원한 각국의 완전한 안보리 결의 이행 압박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달 28일 유엔 안보리 ‘북핵과 비확산’ 회의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같은 '행동지향적 조치' 시행을 공식화했다. 그는 회의에서 “국제사회는 너무 오랫동안 사후 반응 식으로 북한을 다뤄왔는데 이제 그런 방식은 끝나야 한다”며 “안보리는 북한이 행동하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 한다(act before North Korea does)"고 강조했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미국은 북한이 4월에만 세 차례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곧바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마련에 돌입했다. 미국은 이미 한국, 일본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 등을 통해 추가 제재안을 공유했고, 중국과도 협의에 착수했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지난 1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경우 지난해보다 훨씬 신속한 안보리 차원의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2270호나 5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결의 2321호의 경우 각각 57일과 82일이 걸렸다. 미·중이 제재안의 내용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향후 미측이 취할 행동지향적 대북 조치와 관련, ▶모든 국가의 완전한 안보리 결의 이행 ▶북한과의 외교관계 중단 또는 격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원 원천 차단 등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달 28일 유엔 회의에서 "북한과 연계돼 있다는 의혹이 있는 국가나 사람들은 잘못을 자백하고 스스로 행동을 교정해야 한다"며 "안 그러면 미국은 제3국의 개인, 단체를 제재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중국에 이어 전통적으로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소속 국가들을 상대로 북한과의 관계 단절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북한이 외교특권을 남용하는 주된 무대다. 지난해 방글라데시에서는 북한 외교관이 금괴, 고급승용차 등을 밀수하다 적발됐다. 또 북한은 동남아 국가들에 노동자들을 대거 파견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곧 아세안을 대상으로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라며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와는 상관없이 사전에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위해 최근 싱가포르, 태국 정상과 잇따라 통화했고 이들 국가의 협조를 얻기 위해 미국 방문을 요청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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