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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잃고 앞니 잃어도 펄펄, NBA '작은 거인' 토마스

중앙일보

입력

아이제이어 토마스 [보스턴 셀틱스 페이스북]

아이제이어 토마스 [보스턴 셀틱스 페이스북]

 농구는 키로 하는 게 아니다.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의 단신 가드 아이제이어 토마스(28·보스턴 셀틱스·1m75cm)의 경우가 딱 그렇다. 토마스는 NBA에서 뛰고 있는 500여명의 등록선수 가운데 키가 가장 작다. 그러나 그는 체격이 작은 단점을 피나는 노력으로 극복하고 팀에서 없어선 안 될 에이스로 거듭났다.

여동생 교통사고, 부상 악재에도 #PO 오른 소속팀 공격 이끌어 #키 작아 NBA 입성 못할 뻔 하기도 #시즌 평균 28.9점, 득점 3위 올라

토마스는 지난 1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TD가든에서 열린 워싱턴 위저즈와의 NBA 동부 콘퍼런스 플레이오프 2라운드 1차전 도중 앞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1쿼터 중반 자신을 수비하던 오토 포터 주니어의 팔꿈치에 맞아 이가 부러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코트에 떨어진 앞니를 주웠다. 잠시 치료를 받은 뒤 다시 코트에 들어선 토마스는 더욱 활발하게 코트를 누볐다. 그는 이날 3점슛 5개를 포함해 33 득점을 했다. 어시스트도 9개를 기록하며 보스턴의 123-111 승리를 이끌었다. 토마스는 "입에서 굵직한 알맹이가 튀어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살짝 화가 났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통증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날 토마스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경기에 나섰다. 전날 여동생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복귀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17일 여동생 시나 토마스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당시 시카고 불스와 플레이오프 1라운드 1차전을 앞두고 있던 토마스는 청천벽력같은 비보를 접하고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토마스는 이를 악물고 뛰었다. 농구화엔 동생 이름(시나)을 새긴 뒤 눈물을 흘리며 코트를 누볐다. 결국 토마스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 6경기에서 평균 23점, 5.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2라운드 진출을 이끌었다. 브래드 스티븐스 보스턴 감독은 "원하는 만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라"며 토마스가 동생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동생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뒤 코트로 돌아온 토마스는 펄펄 날았다.

토마스는 키가 2m를 넘는 거구들이 즐비한 NBA에서 작은 키 때문에 특히 주목을 받는 선수다. 작은 키 탓에 그는 하마터면 NBA에 입성조차 하지 못할 뻔 했다. 토마스는 2011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하위 순번인 2라운드 60순위로 새크라멘토 킹스의 지명을 받았다.

토마스는 6시즌 만에 보스턴 셀틱스의 에이스가 됐다. 장신 선수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돌파력과 스피드, 1m 이상 뛸 수 있는 높은 점프력으로 기적을 만들어냈다. 소속팀 보스턴이 동부 콘퍼런스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눈부신 활약 덕분이었다. 올 시즌 그는 평균 28.9점을 기록, NBA 전체 선수 가운데 러셀 웨스트브룩(오클라호마시티 선더·31.6점), 제임스 하든(휴스턴 로키츠·29.1점)에 이어 평균 득점 3위에 올랐다.

그의 이름 '아이제이어(Isaiah)'는 아버지 제임스 토마스가 내기에서 진 뒤 지어준 것이다. 아버지 제임스는 1989년 지인과 내기를 했다. 자신이 응원하던 LA레이커스가 NBA 파이널에서 디트로이트에 지면 디트로이트 에이스 아이지아(Isiah) 토마스의 이름을 갓 태어난 아이의 이름에 반영하기로 약속을 했다. 결국 레이커스가 패하면서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이제이어' 란 이름을 붙여줬다.

1m80cm의 작은 키에도 12차례나 올스타에 뽑히면서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아이지아 토마스처럼 아이제이어 토마스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그는 키가 작다고 불평하지 않고, 새벽 5시에 일어나 농구 기술을 연마했다. 자신의 장점을 키워나가면서 워싱턴대 재학시절엔 4년 통산 평균 16.4점,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긍정적이고 겸손한 생활 태도도 토마스의 장점이다. 그는 평소 "내가 농구를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축복을 받은 셈" 이라고 말한다.

토마스는 "나는 매년 더 나은 선수가 되려고 노력했다. '너는 키가 작어서 NBA엔 가지 못할 거야' 라는 말을 셀 수 없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말은 내게 상처가 아닌 동기부여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NBA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또다른 단신선수 앨런 아이버슨(42·필라델피아·1m83cm)은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난 그저 지켜보고만 있겠다" 는 말로 토마스를 격려했다. 아이버슨을 멘토로 삼고 있는 토마스는 "아이버슨이 그랬던 것처럼 작은 키에도 굴하지 않고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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