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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절감ㆍ칼퇴근ㆍ아동수당’…하나라도 되면 ‘대박’이지만 실효성 낙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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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5명이 공통으로 내놓은 생활 밀착형 공약도 있다. 아동수당, 칼퇴근법, 가계 통신비 인하 세 가지다. 하나라도 되면 가계에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간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후보들 모두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1인당 월 10만원을 책정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월 15만원을 내걸었다. 소득 기준이나 나이대 등 지급 범위에만 약간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상이 많다보니 소요 예산은 연간 약 3조원에서 7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후보들 공약집엔 이 재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부분은 빠져있다. 아동수당을 비롯한 다른 복지공약을 실현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18대 대선 당시에도 인기가 없는 증세는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 재원은 다 조달할 수 있는 것처럼 했다가 비판 받았다”며 “이번 대선주자들도 이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칼퇴근법이라고 불리는 근로시간 단축 공약도 마찬가지다. 문재인ㆍ안철수 후보는 현행 주 52시간인 법정 근로시간(연장근무 포함)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고 공약했다. 두 후보는 연 1800시간대까지 근로시간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심상정 후보는 주 35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역시 ‘어떻게’는 빠져있다. 포괄임금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공약이다. 법정 근로시간이 무색할 만큼 ‘공짜 야근’이 만연한 기업 현장을 바꿔놓을 구체적 수단도 공약 안에 보이지 않는다.

가계 통신비 절감 공약도 마찬가지다. 기본료 폐지(문 후보), 온국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안 후보), 취업준비 인터넷 수강 50% 할인(홍 후보), 보편요금제(심 후보) 같은 공약이 쏟아졌지만 공통적으로 실현 가능성 문제를 안고 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대선후보들의 통신비 인하 공약 대부분은 기업 경영 자율권과 관련된 내용으로 현행 법 체계상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문 후보의 한ㆍ중ㆍ일 로밍 무료 공약만 해도 중ㆍ일 통신사의 로밍 요금을 국민 세금으로 부담하지 않는 한 실행이 어려운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은) 고질적인 문제지만 이번 대선은 준비 기간이 짧다보니 더 심각하다”며 “미국은 브루킹스, 헤리티지재단 같은 당 차원의 싱크탱크에서 꾸준히 정책을 생산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국내 정당정치 내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숙ㆍ이소아 기자 newear@joongang.co.kr

☞포괄임금제=정확한 명칭은 포괄임금산정제도. 근로자가 기업과 근로계약을 맺을 때 연장근로ㆍ야간근로 같은 시간외근로 수당을 미리 일정액으로 한꺼번에 책정한 다음 급여에 합산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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