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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유명 산악인 슈텍, 에베레스트 등반 중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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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빠른 등반 속도로 유명한 스위스 등반가 우엘리 슈텍(40·사진)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에베레스트 등산 중 사고로 숨졌다.

빠른 속도로 ‘스위스 머신’ 별명 #혼자 눕체 산 오르다 미끄러진 듯

셰르파(등산 도우미)이자 네팔등반협회(NMA)의 회장인 앙 체링은 “슈텍이 눕체 산 절벽에서 사고로 숨졌다. 등산 중 미끄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눕체는 에베레스트 산에서 남서쪽으로 약 5.6㎞ 거리에 위치해 있다. 두 산은 봉우리를 잇는 주 능선을 공유하고 있다. 홀로 무산소 등반하던 슈텍은 에베레스트 산의 새로운 루트를 짜던 중 사고를 당했다.

네팔의 디네시 바타라이 관광부 사무국장은 “슈텍은 새벽 2시 눕체 절벽에서 1㎞가량 미끄러졌다. 다른 에베레스트 등반객들이 그를 보고 구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네팔 관광 당국은 헬리콥터로 그의 시신을 수습해 수도인 카트만두로 옮겼다. 그는 지난달 등반 전 촬영한 유튜브 영상에서 “살아 돌아온다면 정상에 오르든 못 오르든 성공적인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슈텍은 새 루트를 만들며 등반 기록을 갱신하는 산악인으로 유명하다. 별명도 ‘스위스 머신’이다. 2008년 알프스 3대 북벽으로 꼽히는 아이거 북벽을 2시간47분 만에 올랐다. 그는 7년 뒤 이 기록을 ‘2시간22분’이란 새로운 기록으로 갈아치웠다.

그는 2013년 에베레스트 산에서 셰르파들과 주먹다짐을 벌인 일화로도 유명하다. ‘에베레스트 난투극’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저임금의 네팔 가이드와 서구 산악인 간에 쌓인 감정이 폭발한 일화로 해석됐다. 그는 “에베레스트에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몇 달 만에 안나푸르나 봉(8091m)을 단독 등반했다. 당시 “눈 사태로 카메라를 놓쳤다”며 사진 증거를 제시하진 못했지만 같은 해 등산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황금피켈상(Piolet d’Or)‘을 수상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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