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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숨은 코드 읽기] 문 ‘통합정부’ 중도 확장전략 … 안 ‘공동정부’ 반문 불씨 살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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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통합정부론’ ‘공동정부론’이 대통령 선거전의 막바지 변수로 부상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통합정부추진위(위원장 박영선·변재일)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개혁공동정부준비위(위원장 김종인)를 나란히 가동하면서다. 문·안 두 후보 측이 이번 주 중 섀도 캐비닛(예비내각) 명단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자신이 집권하면 꾸리게 될 내각의 면면을 미리 공개해 유권자들에게 선택과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문 “합리적 진보, 개혁적 보수 함께” #‘친문 패권’ 우려 불식시키기 전략 #안“탄핵반대·패권 세력 빼고 연대” #연정카드로 막판 뒤집기 승부수 #홍준표 “총리, 충청·영남 출신 검토”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경우 자신들이 지향하는 정부의 청사진은 이미 밝혔다. 문 후보의 통합정부론이 ‘탕평 인사’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 안 후보의 개혁공동정부론은 사실상의 ‘연립정부(연정)’다.

문 후보는 통합정부 구상과 관련, “우리가 정의를 제대로 실현할 때 진정한 통합이 가능하다. 정의와 통합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통합은 정치세력 간 연정이 아니라 국민들이 통합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박영선 통합정부추진위원장도 “통합정부의 인적 구성은 지역·노사·세대·계층 갈등 해소를 통한 국가통합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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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는 총리와 내각에 대해 “합리적인 진보와 개혁적인 보수라면 (캠프에) 함께 해왔던 분이든 아니든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 드림팀을 구성할 것”이라며 “영남이 아닌 분을 초대 총리로 모시겠다”고 했다. ‘친문 패권주의’에 대한 보수·중도층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전략이 문 후보의 통합정부론에 담겨 있다면, 안 후보의 개혁공동정부는 ‘연정 카드로 비문재인 연대의 불씨를 살려 보겠다’는 정치적 승부수의 성격이 강하다.

안 후보는 개혁공동정부 로드맵을 발표하며 “탄핵 반대 세력과 계파패권주의 세력을 제외한 모든 합리적 개혁세력과 힘을 합쳐 나라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선거 전 연대에 소극적인 대신 ‘집권 후 공동정부(연정) 카드’를 강조함으로써 선거 때부터 사실상의 비문재인 연대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하지만 공동정부론을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안 후보 측의 약속엔 일부 허점도 지적된다. 안 후보는 국무총리에 대해 “만약 원내교섭단체가 합의해 (총리 후보자를) 추천한다면 따르겠다”며 총리 국회 추천제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가 공을 들여 영입한 김종인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장은 “(안 후보로부터) 내각 구성의 전권을 받았다”며 “내가 사람을 추려 놓으면 당선자가 최종 판단을 하는 것”이라고 말해 후보의 말과 서로 달랐다. 이어 캠프에선 이날 예비 내각 명단을 오는 3~4일께 미리 발표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돌아 후보의 총리 추천제 공약을 뒤집는 것이냐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번엔 대통령의 직무가 곧바로 개시되기 때문에 교섭단체가 합의할 때까지 총리 인선을 기다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먼저 추천안을 발표한 후 국회 합의 절차를 따르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다른 후보들도 자신이 꾸릴 정부의 모습을 미리 공개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국무총리는 충청인사 1명과 영남인사 1명을 검토하고 있다”며 “경제부총리는 당내 인사, 박정이 선거대책위원장(예비역 대장)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하고, 법무부 장관은 정치색 없는 강력부 검사 출신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내각은 어느 정권 출신 인사인지 따지지 않고 능력과 깨끗함, 뜻이 맞는지만 고려해 등용하겠다”고 했다. 또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또 광범위한 시민사회와의 연정’을 공약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현재의 판세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후보의 ‘공동정부론’과 문 후보의 ‘통합정부’의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며 “안 후보의 공동정부론은 ‘국민의당 40석으로 국정수행이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주장을 희석하는 수준의 파괴력만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선거전략으로서 갖는 의미는 크지 않다”면서도 “유권자들에게 후보뿐만 아니라 그 후보가 꾸릴 내각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부 박원호 교수는 “현재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 국회 선진화법의 3분의 2 조항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효식·박성훈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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