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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 산행 땐 체온 유지에 신경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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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호 면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5월 황금연휴가 시작됐다. 해외나 지방의 관광지로 떠나는 것도 좋지만 봄 나들이의 묘미는 산행을 빼놓을 수 없다. 덤으로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산은 자연이 보내준 명의(名醫)다. 산을 오르면서 온몸의 근육을 단련시키고 심폐 기능을 강화한다. 초록빛의 나뭇잎과 계곡의 물보라, 새 소리가 어우러진 숲은 정서적 안정감을 높여 준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줄이고 뇌 활동을 안정시킨다.

날 따뜻하다고 방심해선 안 돼 #2~3벌 입고 기온 변화 대응해야 #땀에 젖고 바람 불면 저체온증 #초보자는 30분 걷고 5분 휴식 #체력의 70%만 사용해야 안전

하지만 봄날의 산길은 의외로 위험하다. 그늘진 곳은 질퍽거려 미끄러지기 쉽다. 바위 사이에 있는 흙과 수분이 녹고 얼기를 반복하다 돌이 떨어져 다칠 수 있다. 안전한 봄 산행을 위해 주의해야 할 점을 소개한다.

봄 산행에서는 무엇보다 체온 보호에 신경 써야 한다. 산에서는 날씨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특히 봄은 1년 중 기후변화가 가장 심하다. 올라갈 때는 맑았지만 정상에서는 비바람이 불 수 있다. 게다가 산은 평지보다 기온이 낮다. 산에서는 100m 올라갈 때마다 기온이 0.6℃씩 떨어진다. 날이 흐리다면 기온차는 더 커진다.

북한산(836m)이나 도봉산(740m), 관악산(632m)처럼 서울 근교에 있는 산은 대략 700~800m 수준이다. 산 정상에 올랐을 때는 평지와 비교해 기온이 5~6℃가량 차이가 난다. 날이 따뜻하다고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가볍게 입고 산에 올랐다가 정상에서는 춥다고 느낄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김동환 교수는 “산은 평지와 달리 기온이 낮고 습해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체온을 떨어진다”며 “옷이 땀에 젖거나 바람이 분다면 체감온도가 더 떨어져 저체온증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저체온증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체온이 떨어져 호흡·맥박이 불규칙해지고 의식이 몽롱해지는 ‘허탈 증상’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시간 내외다. 이 상태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2시간도 채 안 걸린다. 봄 산행에서 복장이 중요한 이유다. 상의는 땀 흡수가 잘 되고 빨리 마르는 재질로 2~3벌 겹쳐 입는다. 체온 변화에 따라 옷을 입고 벗기 위해서다. 하의는 땀 흡수가 잘되면서 무릎 굽힘이 좋은 소재를 선택한다. 청바지는 가능한 피한다. 무릎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좁고 땀에 잘 마르지 않아서다. 산을 오르내리다가 돌에 걸리거나 위험한 지대를 밟았을 때 넘어지기 쉽다. 또 땀이 잘 마르지 않아 체온을 급격히 떨어뜨릴 수 있다. 옷이 심하게 젖었다면 준비해 온 여벌옷으로 갈아입는 것이 좋다.

경쟁하듯 빠르게 오르는 것도 금물이다. 산행 시작 20~30분은 몸을 예열하는 단계다. 느리다 싶을 정도로 천천히 걸으면서 목·어깨·무릎 등 전신 관절과 근육을 풀어 준다. 몸이 충분히 달궈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산을 오르면 몸의 피로도가 높아져 발을 헛디뎌 다칠 수 있다.

체력 분배도 신경 써야 한다. 의욕이 앞서 산을 빠르게 오르면 빨리 지친다. 산행은 한 시간에 600㎉ 이상 열량을 쓸 정도로 체력소모가 크다. 3시간 정도 산행한다고 가정하면 약 1800㎉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체력은 산을 오를 때부터 내려갈 때까지 전력을 다하는 것은 금물이다. 조난·낙상같이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할 수 있는 예비 체력을 남겨야 한다. 전체 체력이 10이라면 산행에서는 체력의 7정도만 사용한다. 산행코스·난이도 등을 고려해 산을 오를 때 4, 내려갈 때 3로 배분한다.

산행의 기본은 걷기다. 산은 평지와 달리 길이 경사지고 험하다. 산행을 할 때는 걷는 자세도 신경 써야 한다. 목을 뺀 채로 터덜터덜 걸으면 체중이 고스란히 무릎 연골로 전달된다. 결국 산행 후 무릎·발목 관절이 퉁퉁 붓고 척추에 부담을 준다. 허리를 세우고 양 어깨의 힘을 빼고 활짝 편 자세로 걷는다. 보폭에 맞춰 팔을 흔들면 걸을 때 평형·균형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등산용 스틱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주대병원 정형외과 이두형 교수는 “양손으로 스틱을 잡으면 하체로 가는 체중을 30%이상 분산시켜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틱 길이는 허리를 기준으로 산에 오를 때는 다소 짧게, 내려올 때는 조금 길게 잡는다.

초보자라면 30분 정도 걷고 5분 정도 휴식하는 방식으로 산행한다. 몸이 완전히 지친 다음에는 휴식을 취해도 원상태로 회복하기 어렵다. 녹초가 되기 전에 잠깐 쉬는 것이 낫다. 앉기보다는 서서 쉬는 것이 좋다. 다리에 피로를 많이 느낀다면 발을 약간 높게 올리고 쉬면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산행 틈틈이 수분을 보충하면 혈액순환을 도와 피로를 덜 수 있다.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산행할 때 더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공복 상태에서 산을 오르는 것은 피한다. 혈당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 사탕·초콜릿 같은 가벼운 간식거리를 챙겨 간다. 당뇨병 환자는 상처가 생기면 쉽게 낫지 않는다. 가능한 긁히거나 다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신발은 통기성이 좋으면서 발이 꽉 조이지 않는 등산화를 신는다. 산행 후에는 상처가 생기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펴본다. 고혈압 환자는 공기가 아직 차가운 아침 산행은 피한다. 갑자기 찬 바람을 쐬면 말초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오를 수 있다. 산행할 때 심혈관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오른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한다. 오르기 전에 이상이 없던 곳이 당기거나 아프면 그곳이 손상됐다는 의미다. 산을 내려온 당일에는 통증을 줄이는 얼음찜질이 도움이 된다. 따뜻한 찜질은 2~3일 후에 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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