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시간강사들 방학 중'생계형 알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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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학 시간강사 중에는 방학에 더 바쁜 경우가 적지 않다. 생계를 꾸리기 위한 부업 탓이다."

"시간강사의 해고는 고용보다 더 쉽고 간단하다. 새 학기 강의 배정을 못 받으면 그걸로 끝이다."

대학 시간강사의 불안한 신분과 열악한 보수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채 대학 교육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진보적 성격의 격월간지 '아웃사이더'최근호(14호)는 이 같은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빌려 고발했다.

한국 비정규직 교수노동조합의 변상출(영남대 강사)위원장은 "강의료가 없는 방학 때 강사들 중에는 택시운전, 우유배달, 신문.자장면 배달까지 하거나 학원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연구하고 강의 준비를 해야 할 시간에 부업을 하고 개학 후 학생들을 마주하는 게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시간강사들은 자기 전공과 동떨어진 과목을 배정받을 때도 많다"며 "그러나 거부하면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어 강의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교수 사회의 경직된 서열 체계를 비판했다. "시간강사들은 정규직 교수보다 훌륭한 논문을 써도 해당 학과에 교수로 채용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발표하기 어렵고 교수 눈치 보느라 시대에 맞고 재미있는 강의를 하기도 어렵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영남대 시간강사인 윤병태씨도 "대학 교육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시간강사는 현재 장시간 저임금 노동자로서 법적 무방비 상태에 처해 있다"며 "우리 대학 교육은 이들의 희생 위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벽이 두꺼울수록 정규직 교수의 권위 의식이 높아지며 따라서 정규직이 되려는 비정규직들이 돈 보따리를 들고서라도 임용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성균관대 시간강사인 홍영경씨는 "대학 강사가 교육자로, 연구자로 살아가기에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고용 불안"이라고 말했다. 처음 강의를 맡을 때 강사의 의무조항을 준수한다는 서약을 할 뿐 근로조건 계약서 따위는 없으며 재계약은 조교의 구두 통보만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는 또 "경부선에 몸을 싣거나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여러 지방으로 다니며 주당 15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들도 있지만 월 수입이 올해 1인 가구 표준생계비 1백27만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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