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폭풍’ 박재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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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박재홍(30)의 별명은 '리틀 쿠바'다. 1991년 청소년대표 때 동료들이 "덩치는 작지만 쿠바선수들처럼 빠르고 장타력도 좋다"며 붙여준 것이다.

스피드와 장타력을 겸비했다는 박재홍의 명성은 프로데뷔 첫해인 96년부터 빛을 발했다. 프로 초년생이 30홈런.36도루로 프로야구 최초로 30-30클럽을 개설했고, 98년과 2000년에도 30-30 고지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 겨울 현대에서 고향팀 기아로 이적한 뒤엔 기대에 못 미쳤다. '우승 청부사'노릇을 해야 한다는 부담에다 맞트레이드돼 현대로 건너간 정성훈(23.타격 2위)의 맹활약도 부담을 가중시켰다.

게다가 4월 말 대구 삼성전에서 허벅지를 다쳐 컨디션 조절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힘이 잔뜩 들어가 결정적인 순간에 헛스윙으로 물러나는 그에게 "몸값도 못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박재홍은 "조바심을 내는 것은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안 된다. 주위에서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지만 여유를 가지려고 애쓴다"며 서두르지 않았다. 그리고 여름이 끝나갈 무렵 박재홍의 방망이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박재홍은 8월 들어 14경기에서 타율 0.373에 3홈런.10타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김성한 감독의 믿음도 박재홍의 부활에 한몫 거들었다. 김감독은 박재홍이 부진해도 5번 타순에 꾸준히 배치했다.

박재홍은 지난 14일 광주 롯데전에서 시즌 10호 홈런을 쏴 8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 기록을 세웠고, 16일에는 문학 SK전에서는 7연승의 발판을 놓는 결승 3점 홈런을 날렸다.

박재홍은 16일 현재 타율 0.305로 어느새 타격 9위에 올랐고, 출루율은 3위에 랭크돼 있다.

이태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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