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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나온 박근령씨…"물의 빚어 죄송.언니 건강 나빠져 걱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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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을 28일 사기 혐의의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이날 오후 12시 50분 서울중앙지검 입구에 변호인과 도착한 박 전 이사장은 “그동안 저희 부모님을 참 존경하고 아껴주셨던 분들께 이렇게 물의를 빚는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구속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지금 너무 건강이 안 좋아지셨다는 소식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말을 이어가던 박 전 이사장은 울먹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을 돕는 일에 대해선 “저는 이런 일이나 안 일어나게 해야 하는 입장이고 아마 우리 남동생(박지만 EG회장)이 잘 알아서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28일 오후 12시 5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송승환 기자.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28일 오후 12시 5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송승환 기자.

박 전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의해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박 전 이사장이 2014년 4월 정모씨에게서 1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박 전 이사장의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당시 “생활이 어려워 1억원을 빌린 뒤 제때 갚지 못해서 생긴 일이다. 아내의 영향력을 과시하거나 정치적인 관련성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특별감찰관은 관련 법에 따라 대통령의 배우자, 4촌 이내 친족 등을 감찰한다.

이 사건은 당초 형사8부(부장 한웅재)에 배당됐지만 형사8부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합류하자 지난해 11월 형사5부(부장 최기식)로 재배당됐다.

지난해 11월 피해자 정씨는 검찰에 “박 전 이사장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자필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 사실확인서에는 “돈을 빌려준 후 5000만원을 돌려받았고, 이후 잔금 500만원을 받았으며, 잔액 4500만원도 모두 상환받았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과 돈을 갚는 것은 다른 문제다. 범죄 혐의는 돈을 빌리는 그 시점에 발생한 것이다. 돈을 갚았는지는 양형의 문제”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이사장을 조사한 뒤 사법처리 방법을 결정할 계획이다.

다음은 취재진과 박 전 이사장의 일문일답.
-특별감찰관의 고발 1호 대상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된 심경이 어떤지?
“그동안 저희 부모님을 참 존경하고 아껴주셨던 분들께 이렇게 물의를 빚는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동안에 여러가지로 참 조심조심 하면서 산다고 살았는데도. 이렇게 자주 사건 사고에 휘말려서 참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게 된 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깊이 사죄드립니다.”

-1억원은 왜 빌린 건가?
“음... 앞으로 하여튼 더 제가 조심해서 남은 인생 더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이런 실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상황에 대한 생각은.
“지금 너무 건강이 안 좋아지셨다는 그런 소식 때문에…. 원래 지병 부신기능저하증이 있으셔서 그런 것을 밖에서 많이 걱정을 했습니다. 그런 부분을 꼭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뭐 이런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되겠지만, 대통령은 어디까지나 헌법에 의해서만 적용이 돼야 되고 기관에는 형법은 적용되지 않고, 또 제가 듣기로는 국가 운영을 하는데 있어서는 대통령은 포괄적인 권한을 위임받아서 하기 때문에 그런 헌법 정신에 잘 맞춰서 적용이 되고 그렇게 법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얘기들을 하고 계십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과 연락은 좀 주고 받나.
“지금은 전혀. 무슨 신청(접견자 제한 조치)을 해놓으셨기 때문에. 책도 못 들어가게 그렇게 돼 있습니다. 많은 것들이 다 다시 반송됩니다. 딱 해당되는 분 외에는 못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측 법률 대리인과도 전혀 교류가 없나.
“그런 건 제가 전혀 알 수가 없구요. 저는 뉴스를 보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언론은 사회의 향도자시잖아요. 사회의 목탁이시고. 그런데 언론이 뉴스를 많이 내보내시는 건 이해하지만 오보에 대해서는 좀더 정확하게 밝혀주셔야 앞으로는….”

-언니 소식을 못 들어서 많이 답답하겠다.
“지금 굉장히 상태가 안 좋으시다 그렇게 들었습니다. 식사도 참 잘 못하시고 그러시겠죠. 거기에서 마음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건강도 원래 안 좋으셨는데, 한 100일 이상 너무 시달리셨기 때문에 심신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눈가에 눈물 맺힘)
 대통령이 청와대 재직 시에 이렇게 보좌관들 쭉 계신 데서 대통령께서는 말씀을 하시고 거기 수석비서관 회의인지 제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그런 장면들이 많이 보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 사람들이 저렇게 받아적는다고 그 흉을 보고 열심히 일하는 얘기는 하나도 없이 굉장히 그렇게 일방적인 흉을 많이들 보시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그것이 이번에 효자 노릇을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대통령이 그래도 거기 다 뽑혀서 들어오는 자리 아닙니까. 그런 자리에 그래도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이는 곳인데, 어떤 한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아닌데, 거기에서 대통령 혼자서 얘기를 많이 하시는게 저도 또 어떤 때는 안타까웠지만… 우리나라가 23개 부처 정도 되지 않습니까. 그럼 그거를 다 보셨단 얘기예요. 저는 한 시간 동안 말해보라고 하면 저는 공부도 안 해오고 그 서류 들춰보지 않으면 거기서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이 다 받아적을 정도로 말씀을 나중에 다 그 분들에게서 확인해 볼 수 있잖아요. 과연 대통령이 확인하고 하는 얘기인지. 어디서 무슨 보고를 듣고 우리한테 이런 얘기를 하고 지시하는지. 그걸 봤을 때 수석비서관님들이 몇 분인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우리나라 23개 부처의 모든 일들을 마지막 결재권자로서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에 정말 주무시는 시간 빼고는 어떤 대통령도 정말 일에 매달려서 그런 것을 좀 이해해주시고. 그렇게 열심히 일만 하시는 분인데 너무 가슴이 아프죠. (울먹임)”

-박지만 회장과 박 전 대통령 돕기 위한 어떤 논의나 계획을 하나.
“제가 그런 것을 걱정할 처지는 못 되고 저야 이런 일이나 안 일어나게 해야 되는 입장이고. 또 거기서 혹시 어떻게 티비를 보실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제가 참 도움은 못 드릴 망정 이런 일에 휘말려가지고 좋지도 않은 일에 이렇게 뉴스에 나오게라도 되면 얼마나 속상해하실까. (눈물 흘림)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울음) 아마 우리 남동생이 잘 알아서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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